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수장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이 약 3년 5개월 만에 한국을 찾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한 첫날부터 서울 강남과 강북을 종횡무진하며 국내 유통가 수장들과 잇따라 만남을 이어간 그는 국내 유통기업과 루이비통 간 협업에 관해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았다. 아르노 회장 접견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직접 나섰으며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도 함께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1층에는 루이비통이 입점해 있고, 6층에는 디올 남성 부티크가 전날 오픈해 운영 중이다. 아르노 회장은 1층 루이비통·티파니·불가리 매장, 셀린느 팝업 매장과 6층 루이비통 맨즈, 디올 맨즈 매장을 50분가량 둘러봤다. 아르노 회장은 이날 오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더현대 서울을 비롯해 현대차의 신사옥이 들어설 강남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노 회장과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현대백화점면세점과의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계약 만료로 철수한 목동점의 루이비통 매장 대신 더현대 서울의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 방문에는 김형종 대표가 다시 한번 응대한다.
아르노 회장은 앞서 방한 첫날인 20일 입국하자마자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아 루이비통과 디올, 티파니 매장 등을 둘러봤다. 아르노 회장은 이번 방한 일정에 딸이자 크리스찬 디올 CEO인 델핀 아르노를 동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나와 맞이했으며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동행해 잠실 에비뉴엘 루이비통 매장 등을 함께 둘러봤다. 이 밖에 김상현 롯데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 김은수 갤러리아 대표 등 주요 경영진도 만나 브랜드 운영 계획 등을 논의했다. 오후에는 크리스챤 디올이 지난해 40억 원을 투자해 조성한 서울 성수동 디올 팝업스토어도 찾았다.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과 디올·펜디·셀린느·티파니앤코·모엣샹동 등 다수 명품을 보유한 LVMH의 수장으로 업계에서는 ‘명품 대통령’으로 통한다. 아르노 회장은 세계 1위 부자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작년 말 블룸버그가 발표한 억만장자 지수에서 재산 보유액이 순자산 기준 1708억 달러(약 223조 원)에 달한다. 최근 조사에선 순자산이 1870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는 2016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까지 매년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아 국내 유통가 주요 CEO들과 만남을 이어올 정도로 한국에 관한 관심이 크다. 국내 명품 시장이 코로나 기간 전 세계 10위 시장으로 커졌으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직접 챙기려는 의도로 업계는 분석한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최근 명품 수요가 다소 수그러들긴 했으나 국내 명품 시장은 2024년 9조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실제 루이비통코리아의 2021년 매출은 1조4681억 원으로 전년보다 40.2% 신장해 샤넬(1조2238억 원)과의 격차를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