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약국 및 요양 시설 등 취약시설은 ‘유지’
마스크 착용한 시민 대부분…“해방감도 느껴”
20일 오전 8시께 서울 2호선 홍대입구역 승강장에서 만난 김민희(33) 씨는 “지하철 탑승구에 들어오기 전 ‘마스크 착용해달라’는 소리도 안 나는 거 보니 이제야 마스크 벗는 게 실감이 난다”면서도 “출근길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당분간은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과 마트 내 약국에서 마스크 의무화 조치가 해제됐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2020년 10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이후로 2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출근길에 만난 시민들은 대다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시민을 보기 드물었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는 일상에 익숙해졌고, 연일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기관지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고 입을 모았다.
윤새미(27·가명) 씨는 “아직은 좀 춥기도 하고 미세먼지도 심하다”라며 “버스 타고 역으로 오는 길에 마스크 벗은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고 전했다.
은평공영차고지에서 출발해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으로 향하는 7739번 버스 내 풍경도 다를 바 없었다. 김준수(42) 씨는 “출근길 버스에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까 마스크를 안 쓸 수가 없다”며 “기침이라도 했다간 눈치 보기 십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스크 규제 변화와 관계없이 실내에서 계속 착용할 것이라는 응답은 75%로 조사됐다. 병원, 대중교통 외에 다른 실내 공간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는 응답도 86%로 나타났다.
반면 완연한 날씨의 봄이 다가오면서 마스크를 벗겠단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이승희(33) 씨는 “드디어 마스크에서 해방된 기분”이라며 “마스크 쓸 때마다 항상 갑갑하고 피부 트러블도 났는데 정말 잘 됐다”고 말했다.
오승환(40·가명) 씨도 “지하철 안에서 목말라서 물 마셔도 이제는 눈치가 안 보인다”며 “지금은 아직 초기지만 날씨 좀 더워지면 다들 벗지 않겠나”고 밝혔다.
10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심경후(55·가명) 씨는 “종일 차 안에서 마스크 썼던 게 얼마나 갑갑했는지 모른다”며 “승객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으면 안 쓸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병원 등 의료기관과 일반 약국, 요양병원·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입소형 장애인복지시설 등 감염 취약 시설의 경우는 마스크 착용이 계속 의무화된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약국에서는 ‘약국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유지 시설’이라는 안내문을 출입구 곳곳에 붙여두기도 했다.
약국을 방문한 이준환(33) 씨는 “약국에는 어르신들도 많고 아픈 분들이 오는 곳이니 필수적으로 써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병원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아무도 안 벗었다”고 전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버스·지하철 승객 혼잡도 실시간 제공 등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현재 서울 내 버스는 버스정보안내 단말기(BIT)에서 실시간 도착과 차량 혼잡도 정보를 제공하며,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 버스 정보를 검색할 때 혼잡도를 확인하면 된다. 서울 지하철은 '또타 지하철' 앱을 통해 수도권 1~8호선 칸별 혼잡도를 제공한다. 시민들은 각 전동차의 칸별 승객 정보에 따라 여유로운 칸으로 이동하면 더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지만, 출퇴근 등 혼잡시간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마스크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며 “일상 정상화에 발맞춰 시민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