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인증계좌 보유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려"
80%가 넘는 높은 국내 점유율을 가진 업비트가 독과점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가상자산 업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원화 계좌 도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코인마켓 거래소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16일 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경제법학회, 서울대학교 한국경제혁신센터, 두나무 주최로 열린 'DCON 2023' 컨퍼런스에서 업비트를 향한 독과점 비판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상승 교수는 “특정 국내 기업이 국내만을 대상으로 할 때 점유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를 독과점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면서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지리적 시장은 국내로 한정하는 것보다 국내 투자자가 디지털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해외 거래소를 포함해 시장을 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 관련 지리적 시장은 국내로 한정하기 어렵고 △가상자산 거래 시장의 실질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국내 거래소간 경쟁이 고착화되어 있지 않아 높은 수수료 등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 등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교수는 “특정 기업의 높은 점유율이 경쟁 사업자보다 우월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토대로 해서 생긴 것이라면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받은 결과”라며 “이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권장할 사안이지 지탄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코인마켓 거래소 입장에서는 원화계좌 도입을 위한 은행과의 협의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실질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설명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A씨는 “업비트가 품질과 서비스에서 압도적이긴 하지만 원화 실명인증계좌 보유에 따라서 거래소가 생존 여부가 갈리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업비트는 시장을 장악했으니 수수료를 기존 0.139%에서 0.05%로 낮춰도 타격이 없지만, 다른 거래소들은 저렇게 못 내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B씨는 “실명계좌 확보 뿐 아니라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센스를 받는 것 자체도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려 이것 자체가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을 비교하면 업비트와 2위 업체인 빗썸간의 차이도 크다”고 부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두나무의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69억 원, 누적 영업이익은 7348억원이다. 크립토 윈터 영향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62.7%, 71.7%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70%로 매우 높다.
반면 2위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737억 원, 영업이익 1517억 원을 거뒀다. 매출만 따지면 두나무에 비해 반의 반 토막 수준인 것.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난 거래소는 극히 일부이다. 원화마켓 거래소 코인원이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DAXA, 닥사)의 결정을 2달만에 뒤집어 위믹스를 상장한 이유도 계속되는 영업적자 때문이었다. 코인마켓 거래소의 경우 상황이 더욱 안좋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C씨는 "몇몇 코인 마켓 거래소의 경우 거래량이 하루 겨우 200~300만 원에 그칠 정도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생존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