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과 49.3’...연금개혁법 강행에 들끓는 프랑스

입력 2023-03-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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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부결 시 경제적 위험 커”
야당, 내각 불신임안 제출하기로
주요 도심선 시위…과격 행동도

▲16일(현지시간)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프랑스 파리 콩코르트 광장에서 쓰레기에 불을 지르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프랑스 파리 콩코르트 광장에서 쓰레기에 불을 지르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개혁법 하원 표결을 앞두고 우회로를 택하면서 프랑스 전역이 들끓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치적 위기로 이어질 위험도 있어 보인다.

1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조항은 긴급한 상황일 경우 각료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의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2030년까지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고, 연금 수령 기여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1년 더 늘리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초 표결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결 시 치러야 할 경제적·재정적 위험이 크다며, 막판에 마음을 바꿨다. 하원 전체 의석 중 집권 여당의 의석이 과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하원 전체 의석 577개 중 르네상스 등 집권 여당의 의석은 250석이다. 의결에 필요한 표를 획득하려면, 야당의원 39명을 더 설득해야 한다.

헌법 제49조3항의 사용은 이례적이긴 하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88년부터 1991년까지 소수당 정부를 운영했던 미셸 로카르 전 총리 치하에서는 무려 28번이나 사용됐다.

문제는 해당 조항의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법안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가, 의회가 법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정부 불신임(탄핵)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존을 걸고 입법을 강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나섰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법안이 취소되고,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 다만 중도 우파 성향의 공화당이 불신임안에 반대하고 있어서 당장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마크롱 정부가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내상은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벌써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크리 보토렐 르네상스 의원은 정부의 결단 이후 “실망과 분노를 오가고 있다. 투표를 진행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 주요 도시에서는 법안에 반대하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거리 쓰레기에 불을 지르거나, 유리창을 깨부수는 등의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에 나서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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