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는 인공지능 화가 ‘더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가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렘브란트 작품 346개를 분석한 후 렘브란트 특유의 화풍을 약 1억5000개의 픽셀로 구현하여 동일한 작품을 작업했다. 이 작품은 3D프린팅을 통해서 원복의 질감까지 그대로 재현시킨 후, 전시회를 개최해서 1억 원이 넘는 전시 수익을 내기도 했다. 인공지능 작품이 아닌, 진품이라고 해도 속아 넘어갈 만큼 너무 똑같아서 이젠 붓이 아닌 3D프린터로 손쉽게 명작이 만들어지는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관람객의 소감도 있었다.
이 밖에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한 인공지능 작곡가 아야무스, SF영화 시나리오 ‘선스프링(Sunspring)’을 발표한 인공지능 시나리오 작가 벤자민, 인공지능 시인 샤오빙, 국내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가 이봄(Evolutionary Music) 등 인공지능 예술가들은 그 창작범위를 계속 확장해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이나 추론능력, 지각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하는 기술을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학습속도가 빠르기에 결과물도 빠르게 만들어낸다. 예전의 인간 업무를 보조하는 단계를 벗어나 최근에는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독창성을 요구하는 저작물이나 디자인 등 지식재산 창출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인공지능이 예술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지식재산권에 관한 부분이다.
지식재산권은 발명, 상표, 의장 등의 산업재산권과 문학, 음악, 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의 총칭이다. 사람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창작물을 만들 경우 지식재산권은 그 사람에게 귀속되지만,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물을 만들 경우 지식재산권은 누구의 소유가 될까? 인공지능프로그램의 소유자? 혹은 인공지능? 아니면 우리 모두의 것?
최근 카카오브레인에서 인공지능 시아가 쓴 시집인 ‘시를 쓰는 이유’를 출간했지만, 저작권 등록에는 실패했다. 인간이 만든 창작물만이 저작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영국, 뉴질랜드, 홍콩, 인도, 아일랜드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컴퓨터를 활용한 창작물을 개발자의 저작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영국 저작권법 제9조 제3항은 ‘컴퓨터에 기인하는 어문, 연극, 음악 또는 미술 저작물의 경우에 저작자는 그 저작물의 창작을 위하여 필요한 조정을 한 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창작물은 이를 위해 기여한 사람을 저작자로 볼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일본도 인공지능 창작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검토 중이다.
국내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규정한다. 대법원도 저작물에 대해 ‘표현의 방법, 형식 여하를 막론하고 학문과 예술에 관한 일체의 물건으로서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에 관한 창작적 표현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해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나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법적 문제를 규정하는 법률은 아직까지 없다. 현행법에서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창작물을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더라도 저작권법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공지능 창작물은 저작권법상 공유 상태에 놓인 것이다. 최근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는 인공지능 창작에 기여한 인간이나 법인에 저작권이 귀속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빅테이터를 이용할 때 저작물의 경우에도 면책되도록 저작권법 개정을 권고했다. 관련 부처에서도 권고한 내용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장 관련 법을 제정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주제여서 앞으로 꾸준히 연구를 진행하고 다양한 해외사례를 참고하며 상황을 주시해 갈 계획이라고 한다.
대부분 나라의 저작권법은 4차 산업혁명 이전에 만들어졌다. 창작물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과 미래의 인공지능 기술에 기존 저작권법의 잣대를 대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주체를 누구로 정할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호할지 등 관련 법을 제정하기에는 복잡한 문제이지만 관련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