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의 폭로 “가족, 검은 돈으로 호화로운 삶 영위”…재산 환수 가능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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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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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인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SNS를 통해 일가에 대한 폭로에 나섰습니다.

전 씨는 13일부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할아버지는 학살자”, “아버지는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제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출처 모를 돈을 사용해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등의 주장을 펼치며 전방위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데요.15일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는 전두환 씨 일가의 은닉 재산, 아버지인 재용 씨의 외도, 본인이 흡입한 마약류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저희 할머니(이순자 씨)께서 학자금을 지원해 주실 때 연희동 자택에서 일하고 계신 아주머니분들 계좌를 사용해 돈을 보내주셨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머님이 말씀하시기로는 엄청난 양의 채권이 발행됐는데, 그걸 현금화하는 과정이 누구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하셨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연희동 자택에 숨겨진 금고가 있고, 엄청난 양의 것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희동 자택을 사수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죠.

또 “어렸을 때부터 초호화 호텔을 며칠씩 빌려 가면서 풀코스로, 가족 전원이 몇십 명씩 먹는 가족 여행을 가기도 했다. 중학생 때까지 해마다 가족 여행을 갔다”며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는 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했을지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생전 국가의 추징금 징수와 관련해 “예금 자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주장한 전두환 씨 측을 꼬집는 발언입니다.

전 씨의 이번 폭로로 전두환 씨의 추징금, 체납 세금, 재산 등에도 관심이 쏠렸는데요. 앞서 대법원이 전두환 씨에게 확정한 추징금만 2205억 원입니다. 그러나 현재 절반을 조금 넘긴 정도만 추징했을 뿐, 여전히 922억 원가량을 추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두환 씨의 장남 전재국 씨가 2013년 9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에 대한 사과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두환 씨의 장남 전재국 씨가 2013년 9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에 대한 사과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추징금은 법정 상속 대상 아냐…고스란히 사회 ‘빚’으로

앞서 전두환 씨는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선고 직후 재산 313억 원을 찾아내 추징했죠.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전두환 씨는 2003년 4월 재산목록 명시 관련 재판에 출석했는데요. ‘예금 자산이 29만 원’이라는 등 이유를 대며 추징금 납부를 미뤘습니다. 추징금이 확정된 후 전두환 씨가 납부한 금액은 고작 300만 원입니다.

2013년 검찰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씨 자택과 장남인 재국 씨의 출판사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고, 전두환 씨의 처남이 구속되고 아들 재용 씨가 조사를 받으면서 전두환 씨 측도 백기를 들었습니다. 같은 해 9월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추징금 완납을 공언한 것입니다. 당시 전두환 씨의 장남 재국 씨는 “앞으로 저희 가족 모두는 추징금 완납 시까지 당국의 환수 절차에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재산 중 일부는 미납 세금으로 이미 압류된 상태였고, 공매에 부쳐보니 실제 가치가 예상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족들은 연희동 자택은 전두환 씨 소유가 아니라 추징할 수 없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죠. 검찰이 환수한 추징금은 지난해 10월 기준 1279억2000여만 원, 추징금 전체의 58%입니다.

나머지 금액은 2021년 11월 전두환 씨가 사망하면서 고스란히 사회적 빚으로 남게 됐습니다. 추징금은 법정 상속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집행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 제25조에 따르면 추징금 납부 의무자가 사망한 경우 ‘집행 불능’ 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죠. 실로 전두환 씨의 며느리 이 모 씨가 소유한 연희동 자택 별채의 경우, 대법원이 지난해 7월 검찰의 압류는 정당하다면서도 “전두환이 사망한 뒤로는 이 씨를 상대로 추징 집행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미납 세금 역시 환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전두환 씨는 2014~2015년 아들 재국·재만 씨 소유의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방소득세 등 5억3699만 원을 내지 않으며 서울시 고액 체납자에 처음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 가산금이 붙고 불어나며 체납액은 9억7000만 원까지 늘어났죠.

세금은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유족에게 상속되지만, 유족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세금 납부 의무도 없어집니다. 이 경우 세무당국은 망자의 재산을 공매, 최우선으로 세금을 징수하게 되는데요. 그간 검찰 등 관계당국이 이미 전두환 씨의 재산을 추적하고 몰수·공매 처분한 만큼 서울시가 추가로 체납 지방세를 받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전두환 씨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뉴시스)
▲전두환 씨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뉴시스)
‘전두환 추징 3법’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중…통과 목소리 높아져

세무당국에서 전두환 명의의 재산을 파악할 수 있다면 공매로 해당 재산을 처분해 세금을 징수할 수 있겠지만, 재산을 찾아내지 못하면 미납 세금을 징수할 마땅한 방법이 부재합니다. 무엇보다 ‘검은 돈’을 찾아내더라도 추징금은 법정 상속분이 아니라 받아낼 방법이 없죠. 이에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전두환 재산 추징법 3법’(이하 ‘재산 추징 3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재산 추징 3법은 △몰수의 대상을 물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금전과 범죄수익, 그 밖의 재산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 △추징금을 미납한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 서 불법 재산을 취득한 경우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핵심으로 담고 있습니다.

재산 추징 3법을 대표 발의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사위 소위에 한차례 상정된 바 있으나 법원 행정처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여전히 계류 중이고,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단 한 차례의 심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회 법사위는 전두환 일가가 사용하고 있는 ‘검은 돈’을 환수하기 위해 소위에 계류 중인 재산 추징 3법을 신속히 심사,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단체도 법 통과를 호소했습니다. 최형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은 16일 “전두환이 불법적으로 만든 비자금을 지금 그 일가가 물려받아 어마어마한 돈을 쓰면서 살고 있다는 걸 손자가 증언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법을 통과시켜 전두환 일가 재산을 수사하고 추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그러나 해당 법안이 심사를 거쳐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특례 조항을 넣지 않는 이상 이미 사망한 전두환 씨에게 소급 적용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별법을 만들지 않는 이상, 남은 922억 원을 환수하긴 어렵다는 것이죠.

현재로서는 추가 환수가 가능한 금액은 55억 원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임세진)는 2018년 전두환 씨 일가가 부동산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이전한 경기도 오산시의 임야 공매대금 75억6000만 원 중 20억5200여만 원을 환수했는데요. 이 임야의 경우 전 전 대통령 사망 이전에 공매가 이뤄져 일부 추징이 가능했지만, 나머지 55억 원에 대해서는 신탁사가 공매대금 배분처분 취소소송을 낸 상태입니다. 4월 1심 판결에 따라 추징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두환 씨의 손자 전 모 씨.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전두환 씨의 손자 전 모 씨.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전두환 손자 폭로 계속 이어질 듯…軍 “사실 확인 검토”

한편 전두환 씨 손자의 폭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씨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직장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1년에 몇억씩 하던 자금들 때문”이라며 “학비와 교육비로 들어간 돈만 최소 10억 원인데 깨끗한 돈은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비엘에셋이라는 회사의 20% 지분, 웨어밸리라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들, 준아트빌이라는 고급 부동산이 자신의 명의로 넘어왔다며 이는 모두 몇십억 원대 규모라고 설명했는데요. 해당 기업들은 이미 전두환 씨 일가의 비자금을 출처로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지만, 가족이 이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전 씨는 “지금은 빼앗기거나 서명을 해서 (새어머니인) 박상아 씨에게 양도한 상태”라며 “웨어밸리 비상장주식은 아버지(재용 씨)가 황제 노역을 하고 나와 돈이 없다면서 ‘너희들에게 증여돼 있던 주식인데 새엄마에게 양도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 씨는 가족뿐 아니라 지인들을 향한 폭로도 연달아 게재했습니다. 특히 현직 장교 두 명의 마약 투약, 성범죄 사실을 주장하면서 군이 사실 확인에 나서기도 했죠. 사실 확인은 입건 전 조사 단계로, 내사 이전 단계에 해당합니다. 다만 군은 현재까지 제기된 것은 개인의 일방적 주장이고, 허위나 명예훼손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내사 또는 감사를 시작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구체적인 범죄 정황이 드러나야 입건 전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 씨가 다수의 매체 인터뷰에 응하며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장의 신빙성 여부와 더불어 아버지 재용 씨의 미국 이민국 수속, 비자금, 군 장교 및 일부 회계법인 소속 지인들의 마약 복용 의혹 등도 수사 대상에 오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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