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계열사의 ‘김치 강매’ 사건에서 대법원이 2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김치와 와인 거래에 관여했다는 부분을 인정하며 공정거래 사건에서 ‘특수관계인의 관여’ 범위를 확실히 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6일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9년 6월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 소유의 ‘티시스’에서 생산한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메르뱅’으로부터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사실을 적발해 이 전 회장과 태광산업‧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원심은 티시스와 메르뱅 등 계열사들의 청구는 기각했으나 이 전 회장의 청구는 받아들였다. 계열사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명백하기 때문에 공정위의 처분은 적법하지만, 이 전 회장이 김치와 와인거래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계열사들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부분은 인정했으나, 이 전 회장이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원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특수관계인이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특수관계인이 기업집단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 전 회장이 이 사건 김치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치‧와인 거래로 인해 티시스과 특수관계인에 이익을 몰아주게 된 점, 태광의 지배력이 강화된 점, 이 거래가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친 만큼 이 전 회장이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미뤄볼 때 이 전 회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김치‧와인 거래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