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중앙은행 소방수 역할에 낙폭 축소
뉴욕증시는 15일(현지시간) 크게 출렁였다.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 위기가 미국 밖 유럽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진 영향이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0.83포인트(0.87%) 하락한 3만1874.57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27.36포인트(0.70%) 떨어진 3891.9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90포인트(0.05%) 오른 1만1434.05에 거래를 마쳤다.
SVB와 뉴욕 시그니처 은행 등 중소 은행들의 연쇄 도산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뉴욕증시는 미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책에 힘입어 전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안도 랠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유럽증시에서 스위스계 대형은행 CS의 주가 폭락하면서 위기설이 한껏 고조되자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날 CS의 주가는 장중 30% 넘게 폭락하며 이날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CS는 14일 연례 보고서에서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해 고객 자금 유출을 아직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튿날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이 퍼졌다. 일각에서는 이 은행의 디폴트(채무불이행)도 거론됐다. 시장이 보는 CS의 부도 가능성도 커졌다. 1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는 한때 10%를 훌쩍 넘었다. 블룸버그는 "CDS가 10%를 넘는 것은 극히 드문 현상"이라고 짚었다.
이 영향으로 다른 유럽 은행주가 동반 급락했다. 네덜란드의 ING그룹이 10% 떨어졌고, 이탈리아 최대은행 유니크레디트도 9% 떨어졌다. 이 밖에 영국 바클레이스, 독일 코메르츠방크, 프랑스 BNP파리바와 소시에테 제네랄 등도 7∼12% 급락했다. 은행주의 급락으로 스톡스600지수는 전일 대비 3% 떨어져 2개월 내 최저를 기록했다.
이 영향으로 이날 뉴욕증시도 장중 2% 넘게 하락했다. 그러나 장 막판에 스위스중앙은행(SNB)이 CS에 대한 유동성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낙폭을 축소, 나스닥지수는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감하게 됐다.
미국 경기지표 부진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 상무부는 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0.3% 상승)를 밑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