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도구나 기계는 생산 증대의 원동력이었다. 특히, 인류는 동력기계를 발명함으로써 생산을 크게 늘린 경험이 있다. 바로 산업혁명이다. 산업혁명은 생산활동의 동력원을 인간, 가축 등 생명적 에너지로부터 증기기관, 즉 비생명적 에너지로 대체한 데서 시작되었다. 증기기관이 생산하는 에너지는 지치지 않는 대량의 것이자 여러 곳에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기업가는 이를 방적기나 선반 같은 새로운 기기와 결합하여 그간 사람이 소규모로 느리게 수행하던 생산활동을 대규모로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동력기계를 사용해 인류는 여러 물품을 대량으로 값싸게 생산하여 생활수준을 크게 향상하였으며, 산업혁명을 성취했다.
그러나 동력기계발 산업혁명은 결코 순탄한 과정이 아니었다. 우선, 동력기계는 당시의 주력 노동계층인 장인(匠人) 등 성인 남성 노동자들을 대체하였다. 이에 따라 동력기계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던 산업혁명 초기에는 대량의 실업이 발생하였다. 오죽했으면 기계를 파괴하자는 러다이트운동이 일어났겠는가.
또한, 산업혁명은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 간 부의 불평등이 높아지는 과정이었으며 어린이와 여성을 가혹한 노동조건으로 착취하는 등 도덕적인 문제도 유발하였다. 산업혁명은 소수 기업가와 부자를 제외한 다수의 사람들에게 동력기계에 대한 공포, 즉 ‘동력기계 포비아’를 일으키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전기모터 등 새로운 동력기계가 발전하고 새로운 상품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기업의 인력 수요가 늘어났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동력기계 포비아는 잦아들었다. 20세기 들어 선진국 정부들이 근로기준법 등을 제정해 노동조건을 개선하였고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여 부의 불평등도 상당 부분 해소하였다. 사상 처음으로 선진국에서는 대중이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종전의 동력기계와 차원이 다른 지능기계가 몰려오면서 대중의 풍요 내지 인류 문명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동력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데 그쳤다면 지능기계는 인간의 정신노동마저 대체하며, 따라서 대다수 산업에서 생산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인간이 지루하고 고된 노동으로부터 상당 부분 해방되는 것이다. 또한, 지능기계는 급속한 데이터 축적과 자가학습을 통해 인류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산업혁명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한다면 인류는 풍요롭고 행복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지능기계는 동력기계가 등장했던 당시처럼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능기계는 생산활동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으며, 특히 주력 노동계층인 사무직 노동자와 교수 의사 법률가 등의 전문직업인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동력기계가 육체노동을 이미 대체한 마당에 지능기계가 인간의 정신노동마저 대체한다면 인간은 일거리와 소득이 없어진 채 잉여(剩餘) 인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 우수한 지능기계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매우 큰 소득 격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진실로 그렇게 된다면 사회는 ‘지능기계 포비아’에 빠질 것이다. 나아가 지능기계 포비아는 동력기계 포비아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창조하는 지능기계를 인간에 봉사하도록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능기계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에서 그린 대로 지능기계가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간주해 멸종시키려 들지 않을까?
인류가 지능기계에 의해 제기되는 도전들을 잘 극복하여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것으로 믿는다. 다만, 지능기계 관련 위험과 공포가 동력기계 도입 당시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명심하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