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규제혁신의 경쟁으로 볼 수 있다. 불필요한 규제는 국가경쟁력 저하와 성장동력 창출 실패의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종합순위가 23위에서 27위로 낮아진 것도 각종 규제에 영향을 받는 ‘기업여건’이 48위에 불과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공개적으로 ‘우리가 혁신의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고 천명하며 일찌감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파격적인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개별 제품에 대하여 의료기기 여부와 안전성, 유효성을 심사하는 대신 개별 개발업체를 기준으로 심사하여 더욱 빠르게 환자들에게 기술혁신의 수혜를 줄 수 있도록 파격적인 변화를 선보인 것이다. 혁신은 예측하기 어렵고 대체로 이를 심사할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바이오헬스 골든타임 놓칠 위기”
지난 주 우리 정부도 바이오헬스 세계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선제적 규제개선 방안을 담은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였다. 여러 규제들로 인해 “우리나라 바이오헬스는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에 처했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한국은 이미 갈라파고스로 전락했다”고 토로한 기업들에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소식일 것이다.
바이오헬스의 국가경쟁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클러스터 보유와 큰 연관성이 있다. 미국은 보스턴 등 세계 최대 바이오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시장의 41%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낮은 신약개발 효율성(세계 15위)과 의약품·의료기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2%)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글로벌 선도 바이오클러스터를 육성하는 것이 긴요하다. 여기에 포괄적 규제유예와 장기적인 재정지원 및 안정적인 전문인력 육성 등을 통합적으로 디자인하여 글로벌 기업의 유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2010년도에 글로벌 신약·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개발(R&D) 및 기업 연계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오송과 대구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한 바 있다. 단지의 첨단 인프라를 활용하여 공동 R&D를 수행하고, 기술 유효성 평가 및 시제품 제작지원 등을 통해 기술 수출, 글로벌 임상 수행 등의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헬스 산업이 더욱 도약하기 위해서는 첨단의료복합단지에 대한 규제도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당장 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서 연구개발한 의약품·의료기기에 한해서만 소규모 생산시설의 설치를 허용해 온 것을 기업의 본사가 첨복단지 내에 위치하면 단지 밖에서 연구개발한 제품까지도 단지 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무분별한 임대 난립을 우려해서 입주기업의 임대를 제한하였던 것도 공동연구 수행 등 임대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임대를 허용한다면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英 ‘붉은깃발법’ 전철 밟지 말아야
신산업이 태동할 때 등장하는 규제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영국의 ‘붉은 깃발법’이 자주 인용되곤한다. 성능 좋은 차량을 개발해놓고도 제한된 중량과 속도, 그리고 각종 규제들로 자동차 산업의 선두자리를 독일, 미국에 내주고 말았다.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묵은 규제 논쟁에서 벗어나서 단호하게 ‘헤어질 결심’을 실행하여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국가’로 가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