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애그테크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입력 2023-03-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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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돈줄이 말랐다.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전향적으로 대출과 투자를 집행했던 수많은 은행과 투자기관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이유불문하고 문턱을 높였고, 기업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금융 리더인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급격한 금리 인상, 이른바 ‘빅스텝’을 연이어 단행한 이후로 예견된 상황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장 지배자로서 캐시카우를 손에 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자금 수혈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은 지금 급격한 자금 시장 변화에 정말 괴롭다.

농업 소멸·식량 부족은 시간 문제

특히 애그테크(agricultural+technology) 분야의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량 위기가 부각되면서 ‘반짝’ 주목받았지만 국내에서 그 열기는 차갑게 식는 중이다. 애그테크가 어떤 분야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따스한 시선을 보내던 대중과 투자자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제는 투자자들로부터 “어려운 시국에 당장 농업에 투자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라는 원론적이지만 현실적인 질문만을 받는다.

이대로 애드테크에 대한 투자를 멈춰야 할까?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애그테크는 한때의 부침으로 끝나는, 유행을 타는 업계와는 다르다. 업계 종사자로서 애그테크 투자와 발전이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를 다시금 조명해본다. 왜 애그테크에 투자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인류의 먹거리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기상이변 속출로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불투명해졌는데, 전 세계 인구는 아직도 폭증 중이다. 현 상태로 손을 놓는다면 우리의 가까운 미래, 그리고 후손들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할지 모른다. 문제는 농업 현장에 투입할 노동력도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신체적인 고통을 감내하면서 농업에 종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드물고, 주요 선진국에서는 청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농촌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대안이 없다면 농업의 소멸과 식량 부족은 시간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무대에서는 농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투자기관들이 농업의 현주소를 심각하게 여기고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변수 통제, 노동력 보완, 생산성 향상에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1위 농기계 기업인 미국의 존 디어는 변수 통제를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농업 위성을 띄울 준비 중인데, 자연재해를 예측해 농작물 피해를 예방하고 기후와 지형 데이터를 확보해 생육환경을 더 정밀하게 통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업용 로봇의 상용화도 잇따르고 있다. 무인 트랙터가 추수를 대신하고, 소형 로봇이 시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물을 수확해 일손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농업 생산성도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최적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솔루션이 등장했고, 자원 사용과 공간 활용을 크게 개선한 수직농장 스마트팜도 도입되고 있다. 아직까지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하거나, 인간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하거나, 원하는 수준으로 생산량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농업계가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도 효율적 성과 가능

그렇다면, 애그테크를 키우기 위해 우리도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스마트팜을 예로 들겠다. 우리가 생각하는 스마트팜의 이미지는 ‘유리온실’이다. 최신식의 유리온실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스마트팜을 하기 위해 모두가 꼭 유리온실을 지을 필요는 없다. 스마트팜은 허름한 비닐하우스에서도 가능하다. 스마트팜의 본질은 ‘온실’, ‘하우스’가 아니고, 작물의 최적 생장을 가능케 하는 ‘솔루션’에 있다. AI가 알아서 최적의 조건을 판단하고 그에 맞게 환경을 조성할 수만 있다면, 시설 건축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스마트팜 구현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노지 스마트팜’도 상용화됐는데, ‘아늑한 건물’이 없더라도 생육 조건만 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솔루션이라면 스마트팜이라고 할 수 있다. 애그테크 투자도 선택과 집중을 잘 한다면 한정된 재원을 사용해서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애그테크에 대한 투자와 발전은 선택이 아니고,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 되어야 한다. 대다수 도시민에게는 여전히 생소하지만 충분히 성과를 보장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국내 애그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절실하다. 물론 국내 애그테크 기술력이 전 분야에 걸쳐 글로벌 수준과는 수년 이상의 격차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애그테크 기술은 ‘식량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 핵심기술이기에 반드시 국내에서도 성장을 이뤄야 한다. 우리나라 애그테크 기술력도 날로 고도화되고 있으며, 중동과 동남아 등 곳곳에 수출 성과를 내는 등 투자처로서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다만, 실체가 없거나 굳이 불필요한 영역에 막대한 돈을 쏟을 필요는 없다. 변수 통제, 노동력 보완,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군더더기 없는 기술 개발과 고도화를 추진하는 곳에 투자하면 된다. 투자를 통해 국내 기업을 높은 수준의 애그테크 기술력과 솔루션을 보유한 곳으로 키워낸다면, 전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것이고, 막대한 이익으로 보상받을 것이다. 인류를 위한다는 사명감과 순도 높은 투자 성과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애그테크 분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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