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대한 국민 호감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어제 발표한 ‘우리 기업에 대한 국민 호감인식 조사’ 결과 기업 호감지수는 55.9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3년 상반기 48.6과 직전 마지막 조사가 있었던 2014년 하반기 44.7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은 물론 2003년 첫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조사 응답자들은 기업에 호감 가는 이유로는 ‘국가경제에 기여(55.4%)’를, 호감 가지 않는 이유로는 ‘준법·윤리경영 미흡(6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호감 가는 두 번째 이유(일자리 창출·29.4%), 호감 가지 않는 두 번째 이유(일자리 창출 노력 부족·13.5%)가 모두 일자리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기업에 바라는 우선 과제로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59.1%)’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게 하는 조사 결과인 셈이다.
시장경제의 원칙을 중시하는 국가에서도 때로 정부가 일자리 공급의 주체로 나서는 경우가 있다. 국가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으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생계형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도 그런 막다른 길로 달려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정책 대응을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일자리 예산의 7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해 “올해 총 104만4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란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오는 법이다. 정부는 기업이 마음 놓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법제적 지원에 힘을 쏟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때마침 기업 호감도가 개선된 상황이니 선택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정부는 정치권과 함께 기업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무엇을 어떻게 도울지 고민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하니 54.8%가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국민의 일자리 기대와는 달리 절반 넘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낼 여력이 없다고 실토한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일자리 정책 대응을 원한다면 왜 이런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답은 멀리 있지 않다. 기업을 억누르는 세금 부담과 규제의 짐만 덜어줘도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부터 과감히 풀고 전략산업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도 대폭 확대할 일이다. 그렇게 새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