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KT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차기 대표와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 일정이 다가오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가 일종의 압박용 카드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의 고발 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 중이다. 이 단체는 구현모 KT 대표이사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뽑힌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 내용에는 △일감몰아주기 △친형 구준모 씨에 대한 불법 지원 △KT 소유 호텔과 관련한 정치권과의 결탁 △KT 이사회 장악을 위해 사외이사 향응 및 접대 제공 등 4가지 의혹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정거래조사부에는 아난티와 삼성생명 간의 부동산 거래 비리 의혹과 SPC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가구회사들의 입찰담합, 한국타이어의 부당지원 등 굵직한 사건들을 수사 중이다.
공정거래조사부가 수사하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대부분 5년으로 다른 경제 범죄 사건들과 비교해 짧은 편이다. 이처럼 여러 사건들이 산적한 만큼 수사팀은 사건의 경중과 남은 공소시효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에 따라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임죄의 공소시효는 7~10년으로 상대적으로 공소시효가 남은 편이다. 그럼에도 수사팀은 KT 사건을 미루지 않고 동시에 수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KT 입장에서는 정부 여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앞으로 편할 텐데 KT 주주총회 전에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윤경림 사장을 대표로 앉히기 껄끄러워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는 상당한 압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1일 예정된 KT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 과반이 찬성표를 던지면 윤경림 사장이 대표로 선임될 수 있다.
여당이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 선출된 윤 사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대통령이 ‘통신업계 독과점 폐해’를 지적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검찰 역시 이 분위기에 맞춰 수사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 검찰 수사가 KT 주주총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KT는 검찰 공정거래조사부의 고발 사건 수사 외에 다른 ‘사법 리스크’도 존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의 ‘과점’ 행위로 경쟁이 저해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지만, 사실상 현 정부의 KT 압박 전략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수사한 뒤 행정처분을 하거나 검찰에 고발조치를 취할 수 있다. 사건이 검찰 단계에서 더 확대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