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잃어버린 10년’ 넘보는 영국 경기침체...“상황 더 안 좋다”

입력 2023-03-13 14:58 수정 2023-03-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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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992~2010년 경제성장률 연평균 1%
영국 2016~2025년 전망치 0.8%
1인당 실질 가처분 소득 전망도 어두워
“일본, 경제위기에도 인프라 좋고 공공서비스 작동”
“영국은 공공 부문 파업·투자 부족에 고전”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은 가운데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보다 더 나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 경제성장이 더딜뿐더러 공공 인프라와 노동력 등에서 과거 일본보다 열악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부터 2025년 사이 자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평균 0.8%로 제시했다. 이는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던 일본이 기록한 1%보다 낮다.

잉글랜드은행은 당분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잠재 성장률이 2010년대 1.7%에서 2024~2025년 0.7%로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1997~2007년은 2.7%였다.

영국 컨설팅업체 패섬컨설팅의 케빈 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 2%와 0.7%의 차이를 따로 보면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이건 축적되는 것”이라며 “기후 대 건강, 교육 대 전쟁 등이 우리 시대의 결정적인 경제적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인당 실질 가처분 소득 전망도 암울하다. 지난해 영국의 가처분 소득 평균값은 3만3000파운드(약 5207만 원)였다. 영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누렸던 성장세를 유지했다면 소득이 8000파운드는 더 늘었을 것으로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브렉시트 직전인 2010~2015년 성장세로 계산해도 2400파운드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과 우크라이나 전쟁, 대규모 노조 파업 등을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끔찍한 수준의 생산성 약화와 공공 서비스 붕괴, 노동 공급 악화 등 삼중고를 겪는 중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영국 경제가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더디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현 상황이 90년대 일본 상황보다 좋지 않다고 진단한다. 특히 기반시설이나 공공서비스 등에서 양국이 차이를 보인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1990년대 일본 HSBC증권에서 일했던 제이슨 제임스 다이와 앵글로-재패니즈 재단 이사장은 “영국 정부 부채는 계속 늘고 있고 국가보건서비스(NHS)와 공공부문은 파업하고 있다”며 “일본은 (90년대 당시) 병원과 응급서비스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사회는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영국 재무부에 몸담았던 크리스 시클루나 다이와캐피털 리서치 대표는 “영국은 파업과 더불어 투자 부족으로 인해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며 “일본 인프라의 경우 그때도 좋았고 지금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인이 느꼈던 경제적 여유는 더는 이 나라에서 당연히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재닛 헌터 런던정치경제대 일본경제사학 교수는 “문제는 경제에서만이 아니라 사회복지와 NHS, 교육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영국은 많은 측면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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