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이 높을수록 국어영역 선택과목으로 ‘언어와매체(언매)’를 치르는 수험생이 많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문·이과 통합 3년 차에 접어드는 올해 수능에서도 선택과목 유불리에 따른 특정 과목 쏠림과 '문과 침공' 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진학사는 자사 누리집에 2023학년도 수능 성적을 입력한 수험생 17만1489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학에서 1~2등급을 받은 상위권 수험생 중 '언매'를 선택한 비율은 70.4%에 달했다. 3~4등급에서는 '화법과 작문'(화작)을 선택한 학생들이 더 많았다.
이러한 경향은 탐구 영역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탐구영역 1~2등급 수험생 가운데 64.5%가 '언매'를 택했고 3~4등급에선 '화작'을 치른 수험생이 더 많았다.
통합수능의 도입 취지는 학생이 문·이과 구분 없이 자신의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지만, 선택과목 유불리 현상 때문에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합수능 국어영역과 수학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 형태로 실시되는데, 통상 어려운 선택과목을 치르는 집단이 선택과목 표준점수가 더 높기 때문에 상위권 수험생이 몰린다.
이에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높은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에 교차지원하는 '문과침공'도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실제 진학사 분석 결과 과학탐구(과탐)를 선택한 학생 중 '제2외국어·한문'을 응시한 수험생의 비율은 2022학년도 6.3%에서 2023학년도에는 12.6%로 2배 늘었다.
상위권 대학 자연계 정시에서는 서울대를 제외하면 제2외국어·한문영역 점수를 활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대 교차지원을 염두에 두고 선택과목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탐(2과목 평균) 성적이 1∼2등급대인 상위권 학생 가운데 제2외국어·한문 응시율은 23.3%(2022학년도 10.8%)에 달했다. 4명 중 1명꼴로 서울대 교차지원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누구나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자 하기 때문에 표준점수 획득이 유리한 과목으로 선택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번 2024학년도에도 수능 체계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무조건 남들이 유리하다고 하는 과목을 선택했다가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으니 자신이 그 과목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