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충격, 전 세계로 확산…‘글로벌 성장 원동력’ 스타트업 생태계 무너진다

입력 2023-03-12 15:44 수정 2023-03-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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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지수, 작년 9월 이후 최악 주간 성적
SVB 주고객 기술 스타트업, 자금확보 비상
영국도 SVB 현지 법인 폐쇄
중국, 독일 등에도 법인 있어 추가 피해 위험
가상자산 시장도 요동…스테이블 코인, 달러 페깅 무너져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 산타클라라(미국)/신화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 산타클라라(미국)/신화연합뉴스
미국 16위 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충격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것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까지 미국과 전 세계 경제 장기호황을 이끌었던 기술 부문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VB 모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 주가는 9일 60% 폭락하고 나서 전날 결국 거래가 중단됐다. 채권 거래에서 18억 달러(약 2조3800억 원) 손실을 봤다는 소식에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나자 당국이 은행을 폐쇄하고 파산 절차에 착수한 영향이다.

그 여파에 다우지수는 지난주 4.2% 하락하며 주간 기준 지난해 9월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KBW은행지수는 한 주 동안 16% 폭락해 2020년 3월 코로나19 쇼크 이후 최악의 매도세를 기록했다.

특히 SVB는 주로 기술 스타트업과 거래해온 터라 이들의 자금 조달에 초비상이 걸렸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이 은행에 묶인 예금으로 인해 직원 급여도 주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SVB 소재지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지역구의 로 칸나 하원의원은 전날 타운홀 미팅을 열어 스타트업 창업자와 SVB 직원 등 600명 넘는 관계자들과 긴급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웃 캐나다도 비상이다. SVB 캐나다 법인은 지난해 기업들에 3억 달러가 넘는 담보대출을 제공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규모로, 쇼피파이 등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기업들도 거래 명단에 포함됐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SVB 영국 법인을 폐쇄하고 파산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예금 서비스와 신규 고객 가입도 중단했다. 그러자 180개 영국 기술기업 경영자들은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에게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예금 손실은 업계를 마비시키고 생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며 “많은 기업이 하룻밤 새 비자발적으로 청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재무부는 “SVB 파산 영향을 받은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들이 현금 예금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SVB는 중국과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에도 법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정부 개입 없이는 이번 사태가 전 세계 스타트업을 쓸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상자산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주요 발행사 자금이 SVB에 묶인 탓이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와의 ‘페깅(연동)’이 무너지고 있다. USDC는 장중 한때 0.87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USDC 발행사인 서클은 “400억 달러 상당의 준비금 가운데 33억 달러가 SVB 계좌에 있다”며 “SVB에서 준비금을 옮기려 시도했지만, 10일까지 이체가 완료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 밖에 바이낸스 스테이블 코인인 BUSD와 다이(Dai), 팍스달러 등이 1달러 밑으로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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