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여당이 정책 주도권 가져야”
민주당 과반 169석 여소야대...金 리더쉽 시험대
국민의힘은 김기현 신임 대표 체제가 출범하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표 체제 출범 이틀 만에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으며, 윤 정부 역점사업인 소형원자로(SMR) 산업 발전에도 힘을 싣고 있다. 선거 기간 “당·정은 운명공동체이자 동지적 관계”라고 말하며 대통령실과 밀접한 관계를 약속했던 김 대표의 ‘예상된 행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김 대표가 입법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치보복”이라며 맞서는 가운데 야당과 협상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대표는 10일 새 지도부 첫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1기 신도시 특별법)을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법은 1기 신도시(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를 포함한 전국 49곳의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에 대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날 이채익 의원이 주최한 소형원자로(SMR) 산업 육성·발전방안 정책토론회에도 참석해 힘을 실었다. SMR 개발은 윤 정부의 역점산업으로, 기획재정부에서는 지난달 22일 SMR 연구개발(R&D)과 제조시설 등에 투자하는 기업에 최대 12%까지 투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시행규칙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토론회에서 “보다 안전하고 보다 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SMR 기술 개발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지도자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취임 후 내내 정책 역량 강화를 역설하고 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자당 의원들에게 “여당은 정책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민심에 부합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3일에는 노동 개혁의 핵심인 노동조합법 개정 방향을 잡는 당정협의회 개최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노동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가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며 ‘윤석열표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김 대표가 구체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은 지난해 노동조합 회계에 대한 감사 규정을 강화한 이른바 '노조 깜깜이 회계 방지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이 과반인 169석을 점하는 국회에서 윤 정부의 법안이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 앞서 6일 정부가 ‘주 69시간 근무제 개편안’을 발표하자 민주당은 10일 정부를 향해 “청년이 원하니 노동개혁을 추진한다는 정부 주장은 엉터리”라며 “청년은 정권이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버려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정의당도 “2030에게 주 69시간제란 ‘몰아서 일하고 무덤에서 몰아서 쉬라’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며 질타했다. 여당이 지난해 말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성과를 못 낸 이유이기도 하다.
여야 협상이 가능한 법안도 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달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3월부터 여야 논의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0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 평가 긴급토론회’를 열고 여당과 특별법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리더쉽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가 당선되면서 일차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가 붙겠으나, 실질적으로는 야당과 협상을 어떻게 끌어내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기현 대표가 원내대표 시절 야당과 협상을 잘했던 사람인만큼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