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 둔화와 고물가 등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여파로 고용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고,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대기업 채용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
11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501억 달러) 1년 전보다 7.5% 줄면서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수출 부진은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우리나라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과 최대 교역국인 대중(對中) 수출이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42.5% 줄어 7개월째 내림세를 보였고, 반도체 비중이 30%에 달하는 대중 수출은 24.2% 감소해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 여파로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도 치솟고 있다. 물건이 안 팔려 창고에 쌓인 제품이 많다는 얘기다. 올해 1월 재고율은 120.0%로 전년보다 2.2%포인트(p) 상승해 4개월째 증가했다. 120.0%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월(124.3%) 이후 최고치다.
수출와 함께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1% 줄면서 작년 11월 이후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0.1%)와 의복 등 준내구재(-5.0%),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내구재(-1.9%)가 모두 감소한 영향이다. 경기 둔화와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월보다 1.4% 줄었다. 전월(-6.1%)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다.
이같은 수출 및 내수 부진은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1월 취업자 수는 2736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41만1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1년 3월(31만4000명)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는 3만5000명 줄어 2021년 10월(-1만3000명) 이후 15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수출 부진 등 경기 위축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년 81만 명보다 8분의 1 수준인 10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대기업 채용 시장이 얼어 붙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54.8%는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중 '신규 채용 없음’ 답변은 15.1%로 전년보다 7.2%포인트(p) 늘었다.
신규 채용이 없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여파, 공급망 불안 등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 ‘구조조정과 긴축경영 등 회사 내부 상황이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각각 29.0%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수출·투자 총력 지원, 규제혁신 등을 통해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기반을 확충한다는 방침이지만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나아지기 전까지 채용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