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디지털화와 융복합을 기반으로 한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원희목 서울대 특입교수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포럼에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1차 포럼은 디지털·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혁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약바이오헬스케어 판이 바뀐다’ 주제 기조강연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육성을 위해선 ‘디지털화’와 ‘융복합’이 답”이라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터 앤 설리번 따르면 2021년 2603조 원이던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연 평균 17% 성장해 2027년 3770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 회장은 “삼성이 그러했듯 탈추격에 나서야 한다. 쫓아가는 게 아니라 뛰어넘어야 한다”며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가 1715조 원이지만, 우리는 27조2000억 원에 불과하다. 1.6% 수준이다.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각종 규제로 타이밍을 놓치는 게 너무 많다. 전향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만큼 뭉쳐야 한다. 서로 같이 갈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면서 “서로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돼야 한다. 한독에서 디지털치료제 공동개발 목적으로 웰트에 30억 원의 지분을 투자했고, 대웅제약은 씨어스테크놀로지의 웨어러블 심전도 모니터링 의료기기 ‘모비케어’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GC녹십자, 동국제약, 유한양행도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지금은 혼자서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건욱 서울대 의대 교수 겸 국제미래학회 헬스케어위원장은 ‘의료마이데이터와 소비자 참여 맞춤 헬스케어’를 주제로 발표했다. 강 교수는 “소비자가 의료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금융 분야에서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알지 못하는 휴면계좌까지 찾아주지만, 보건의료분야는 예방주사 정보 등에 대해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20년 보건복지부는 ‘나의 건강기록’ 앱을 출시했다. 하지만 홍보 미비 등의 이유로 사용자는 많지 않은 편이다. 강 교수는 “정부에서는 예산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홍보를 하지 않았다. 서비스도 굉장히 불편한 편이다. 정부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민간에 이양하고 정부가 질 관리하는 방식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고려대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은 환자들에게 자신의 진료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열람만 될 뿐 내려받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초음파기록 등 중요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강 교수는 “복지부에서 ‘마이차트사업’을 통해 병원 내 진료 정보를 표준화시켜서 서로 호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환자가 동의하면 의료기관끼리 정보를 교류한다. 하지만 정작 환자는 볼 수 없는 구조”라며 “누구나 자신의 스마트폰에 진료정보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유전자 검사로 얻을 수 있는 정보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12가지 결과만 볼 수 있다”며 “미국은 8만 가지의 결과를 확인한다. 어떤 약을 먹었을 때 부작용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다.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참여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정부는 국가 바이오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국민의 데이터를 받으려고 하지만, 돌려주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적극적으로 개인화해서 실질적으로 예방·치료까지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는 1월 1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등 6개 단체가 참여해 출범했다. 연합회는 이번 1차 포럼을 시작으로 2개월마다 각 단체가 번갈아 포럼을 주관해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