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막는 대신 실손청구 간소화법 허용 분석도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법안이 이번 달에도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가운데 의료계, 시민단체가 참여한 ‘8자 협의체’가 첫 가동 됐다. 금융당국은 의사단체의 요구에 “웬만하면 다 들어주겠다”면서 법안 통과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관련 이해관계자가 모이는 ‘8자 협의체’ 회의가 진행됐다. 8자 협의체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의협 추천 소비자단체, 금융위 추천 소비자단체(참여연대), 생명·손해보험협회 등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된 업계 관계자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의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반대 의사를 밝히던 의료계가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의료계에 “웬만한 요구는 다 들어주겠다”며 법안 통과 의지를 피력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손청구 간소화에 대한 법안을 설명하고 전반적으로 의료계를 설득하는 자리”라며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듣고 웬만하면 다 들어주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에 대한 합의만 된다면 실무적인 건 이미 준비가 다 돼 있으며, 의료계에서 반대하는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는 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는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에 중계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두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의료계가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두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자 정부는 보험개발원과 신용정보원 등을 대안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중계기관 활용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8자 협의체가 구성된다 해도 해법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의료계는 어떤 기관이든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하나의 기관이 처리하는 것은 정보보호 차원에서 매우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의료계가 간호사법과 면허취소법을 반대하며 총파업도 검토하고 있는 게 오히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통과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어쩔 수 없이 허용해주는 대신에 간호사법은 막아달라고 정부에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토론회’에서 각 업계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8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이 한 데 모여 대화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입법화하자는 취지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8자 협의체를 제안만 했고 이해당사자 간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회에선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8자 협의체 구성이 실손청구 간소화의 새 국면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의 재정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범부처 정책협의체가 마련됐지만, 협의체에 비급여 관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빠져 실효성 논란이 있었던 바 있다”면서 “이번 8자 협의체에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반대 의사를 밝히던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함께 처음으로 한 곳에 모인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