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감축한 정부…벤처투자 매력적이지 않은 신호돼”

입력 2023-03-08 14:51 수정 2023-03-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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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연 ‘민간 주도 전환기의 모험자본시장 질적 성장 방안’ 보고서
“민간 유입 인센티브 신속히 제시해 긍정적 기대감 끌어내야”

정부가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올해 모태펀드 규모를 축소한 것이 벤처투자 시장에 부정적 신호로 전달됐다는 주장이 중소ㆍ벤처기업 전문연구평가기관에서 제기됐다. 지난해 고금리로 인해 벤처투자 시장이 조정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모태펀드 예산을 줄이고 민간 주도 전환 추진한 것이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민간 주도 전환기의 모험자본시장 질적 성장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벤처투자시장은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양적 성장을 하며 지난해 7조6802억 원의 역대 최고 벤처투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후 고금리ㆍ고물가ㆍ고환율의 복합위기 장기화 우려가 부상함에 따라 지난해 4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민간 주도 투자를 강조하며 지난해 모태펀드 예산 감축을 예고했다. 결국, 벤처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 예산은 올해 40% 수준 줄어들었다.

연구원은 고금리로 인한 시장 조정기인 상황에서 정부의 예산 삭감은 벤처투자가 더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간이 벤처투자 시장을 주도한 미국 사례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모태펀드가 유동성의 근간이지만 미국의 벤처 시장은 민간자본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 조정기 한국과 미국의 분기별 벤처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두 시장은 모두 2021년 4분기부터 지속해 감소했지만, 그 속도는 미국이 훨씬 빨랐다. 미국은 한국보다 약 13%포인트(p) 더 하락해 -56.3%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대규모 모태펀드가 뒷받침하는 시장보다는 완전히 민간 주도적인 시장의 투자자가 경기 변동에 더욱 기민하게 반응했다고 연구원은 주장했다.

나수미 중기연 연구위원은 “2022년 고금리로 인한 모험자본시장 조정기에 모태펀드가 시장의 연착륙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며 “공교롭게도 시장 조정기에 정부가 민간 주도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모태펀드 예산을 줄였는데, 이것이 시장에 부정적 전망이라는 잘못된 신호로 전달되지 않도록 매우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원은 한국 벤처투자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의 주도권을 민간이 쥐여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조정기에 민간 주도로의 전환은 면밀한 시장 모니터링 아래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벤처투자 시장의 질적 성장을 저해할 정도의 시장 위축이 관측되거나, 조정기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경우 적시에 모태펀드 추경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비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센티브 구조를 과감하게 재설계해 민간 주도로 시장을 더욱 크게 확장하고자 하는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시장에 전파돼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전방위적인 자금 유입을 위해 VC(벤처캐피털)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금융에 소극적이었던 새로운 투자 주체들을 시장으로 유인해야 한다고 했다. 은행권, 일반기업, 대중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추가적인 시장의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연구위원은 “정부는 새로 도입하는 BDC와 민간 모태펀드 제도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민간 주도 벤처투자 시장으로의 성공적 전환을 끌어내야 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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