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8일 '국별 비교를 통한 소비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 BOK 이슈노트를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4.3% 증가하며 2015∼2019년 평균(2.6%)을 크게 상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나 올해의 경우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주요국에 비해 높은 가계부채 수준과 변동금리 대출 비중으로 인해 향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를 제약할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은 상당기간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경험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중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주요국을 큰 폭 상회해 높은 금리가 가구의 이자 비용에 빠르게 반영된다.
우리나라 주담대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45.7%에 달한다. 반면 미국(0.5%), 영국(6.0%), 독일(9.0%) 등 주요국은 대부분 10% 미만이다.
주택경기 부진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주택경기는 주요국보다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따른 역자산효과 및 이주시 수반되는 내구재(가전 및 가구 등) 소비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가전ㆍ가구 판매 증감율은 각각 -13.3%, -17.9%를 기록하며, 미국(-8.9%, -6.9%)보다 판매가 크게 위축됐다.
아울러 향후 소비여건을 점검한 결과 우선 가계의 소득 개선 정도가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노동공급은 크게 늘어난 반면, 노동수요는 상대적으로 크게 늘지 않아 향후 추가적인 고용 증가 및 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 개선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년 대비 우리나라 가계의 실질구매력 증가율은 2021년 3.5%에서 지난해 3.0%로 낮아진 뒤 올해 0.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그간 축적된 가계저축 등을 감안하면 급격한 소비 위축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서는 판단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리오프닝이 늦어 초과저축이 향후 소득충격의 완충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