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7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에서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8%로, 예상에 부합했다"며 "한은 금통위에서는 4.8%나 4.9%를 예상했는데, 지금까지 금통위원들이 생각했던 물가 하락 경로에 부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동안 물가가 계속 올라갔지만, 최근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예상으로는 3월 물가가 4.5%로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연말에는 3% 초반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러한 경로로 이어질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물가 경로에는 여러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통화정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중국의 경기 회복, 국내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이 있다"며 "금리를 추가 인상할지, 그대로 유지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고 결정하자는 것이 금통위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확대되는 것은 환율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금리 격차가 커지면 자본이 유출되고, 환율이 절하될 것이란 인식이 많다"며 "그런데 경제이론으로 보면 금리차 자체는 환율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작년 9월 말 1440원대로 환율이 올라갔을 때 한미 간 금리차는 0.75%포인트(p)였다"며 "반면 1월 초 환율이 1220대로 내려왔을 때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25%p였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지난달 환율 상승은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변하면서 나타났다"며 "또 최근 하락은 중국 경제 상황 호조에 따라 중국 위안화 투자자들이 원화를 대체재로 사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금리 격차가 환율의 움직임을 결정한다기보다 달러와 위안화 다른 나라 상황에 영향을 받는 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금리 격차가 너무 커졌을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면, 대응할 것"이라며 "금리 격차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점검하면서 통화정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가상화폐 등 재태크와 관련된 질문도 나왔다.
앞으로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해도 될 것인지에 대해선 "부동산 투자는 성공한다는 견해가 잡혀있어서 그동안 재태크 수단이었고, 부동산 외에 다른 투자대상이 많이 않았던 상황도 원인이었다"며 "고령화나 이런 것들을 고려할 때, 미래에도 계속될지는 고민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자기의 소득 수준을 보고 신중하게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와 관련해선 "저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적이 없고, 투자 대상으로는 여러 위험이 있다. 전 국민 16%가 가상화폐 계좌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기술들로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건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층이 (가상화폐 관련) 여러 사업을 생각하고, 대기업도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다"며 "가상화폐 환경에서 투기보다는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주는 게 어떻겠냐는 취지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인 CBDC 발행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열풍인 인공지능 챗GPT와 관련해선 "정말 게임체인저라 생각하고, 앞으로 더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은 내부망을 통해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챗GPT는 영어 문서가 많으면 진실인 것 처럼 아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의 한글 문서를 영문화해서 빨리 올려야 하는 게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