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드라이 파운더(미소진 약정액)가 많이 남은 국내 대규모 사모펀드(PE)들, 달러 강세로 투자 조건이 좋은 해외 PE들은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영향을 덜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딜로이트안진 송준걸 구조조정자문서비스 그룹장은 올해 주목할만한 M&A 유형으로 △사모펀드 바이아웃 △크로스보더 M&A △회생 M&A 등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딜로이트안진의 구조조정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직인 구조조정자문서비스 그룹장을 맡고 있다. 송 그룹장은 20년간 산업 및 회계법인에서 실사 업무를 포함 유수의 주요 M&A 딜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송 그룹장은 2023년의 위기 요인으로 금리 인상, 강달러, 글로벌 경기침체 등을 꼽았다. 그는 위기 요인 중 1~2개 정도는 올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이같은 위기요인에 영향을 덜 받는 M&A 유형이 사모펀드 바이아웃과 크로스보더 M&A가 될 것이라고 봤다.
또한 그는 회생 M&A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송 그룹장은 “한계 기업들에 대한 회생 M&A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전적 구조조정을 통해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매각 대금으로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식의 중견·중소기업들의 거래들이 활발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딜로이트안진에서는 올해 타사와 차별화된 구조조정 M&A에 더욱 집중한다는 목표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 전략적 방향성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중소기업들을 위한 서비스인 ‘딜로이트 프라이빗(Deloitte Private)’을 운영 중이다.
송 그룹장은 “구조조정 그룹 안에 구조조정 M&A 파트와 회생 M&A 파트가 분리되어 있으며 신규 시장 진출 및 철수에 관한 전략팀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기업의 생애주기에 따라 기업 개선 서비스를 5~6가지로 구분했다. 세부적 서비스로 따지면 30가지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회계법인 구조조정 파트는 재무에만 집중한다”면서도 “딜로이트는 전체적 로드맵을 그려보고 개선이 필요한 포인트별로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올해 M&A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섹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에너지,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을 꼽았다.
송 그룹장은 “M&A를 고려할 때 최근 기후변화, 기술혁신, ESG 등을 보는 것이 트렌드”라면서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대기업의 경우 사업재편에 노력을 많이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많은 대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자회사나 협력사들도 함께 따라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면서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영향으로 수출주도형 기업들 입장에선 미국에 생산기지를 안 세울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핵심 자산들을 팔거나 차입 등을 통해 자본적지출(CAPEX) 자금 조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송준걸 구조조정자문서비스 그룹장은 일각에서 나오는 ‘역대급 바겐세일’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시장 회복을 위한 외생변수인 ‘금리’가 어떻게 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송 그룹장은 “금리 인상이 둔화할 것이라는 시그널이 돌면 유동성이 조금씩 회복될 것이고 M&A 시장 플레이어들의 자금수급이 회복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상반기에 딜들이 점진적으로 시장에 나오게 되고 이후 하반기엔 결실의 열매가 맺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자금 수급에 있어 글로벌 크레딧펀드들의 국내 진출을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시점”이라면서 “이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M&A 시장 플레이어로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