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항공사들이 늘어나는 수요에 힘입어 공급 좌석을 늘리며 국적항공사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이 방역 규제로 인해 국제선 운항 증편이 주춤한 사이 외항사들은 물량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적사 9곳의 국제선 항공좌석 공급 규모는 164만9781석이다. 2019년 같은 기간 306만3807석에 비해 53.8% 수준으로 회복했다. 2021년 같은 기간인 28만5368석에 비하면 6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외항사는 같은 달 국제선 공급 규모는 79만3863석이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161만1639석) 대비 49.2% 수준이다.
이 가운데 비엣젯항공, 베트남항공, 델타항공 등 외항사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항공사들은 각각 12만1080석, 6만8329석, 3만8474석으로 코로나 이전 대비 126.7%, 100.3%, 103.5%의 회복률 달성했다.
실제 비엣젯항공만 살펴보면, 2022년 4분기 국내 승객 수가 전년 대비 7배로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 성장률인 24%보다 높은 성장세다. 지난해 항공기 1만6000편을 통해 총 2050만 명 이상의 승객을 운송했다. 이에 지난해 4분기 비엣젯항공은 전년 대비 175% 증가한 3억1550만 달러(약 4100억 원)의 순 매출과 3870만 달러(약 504억 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외항사의 회복 속도가 빨랐던 이유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관광이 핵심 산업인 동남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입국규제를 선제적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외항사들의 저렴한 운임만 보고 항공편을 구매한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한 여행객은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를 통해 비엣젯항공 환불이 3개월 이상 걸렸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A국적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여행객 수요가 회복되고 항공사마다 원래 경쟁력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이런 고객들의 불만 사항과 외항사들의 공격적인 공급으로 인해 국내 항공사들의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지원으로 공급 석을 늘리고 있는 외항사들은 이미 경쟁력을 찾았는데, 국내 항공사들은 방역 규제 해제가 늦었던 탓에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