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80곳 영업점 폐쇄 계획
은행 "점포 늘면 수수료 오를 것"
“근처 지점이 없어지면서 이용하던 점포에 사람이 더 몰렸어요. 이전에도 길었던 대기시간이 배로 늘었습니다. 은행을 방문해야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한나절 걸리니 점심시간에도 갈 엄두가 안 나요.”(20대 금융소비자)
금융당국이 허가를 받아야만 은행 점포를 축소하거나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속도를 낸다.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진행된 은행 점포 축소에 당국이 자제를 권고했지만 무더기 점포정리가 계속되자 아예 법제화에 무게를 두고 관련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다만, 모바일뱅킹과 핀테크 확산 등 디지털·비대면 거래가 시대적인 흐름이 된 데다 수익성 향상을 위해 비효율점포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은행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5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은행 점포 축소·폐쇄 관련 절차 법제화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점포 축소·폐쇄 절차와 관련해 입법이 필요한지부터 시작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디지털 소외 계층의 접근성 제고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은행 점포를 찾은 고객들이 급감하면서 최근 수년간 지점은 무더기로 문을 닫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총 2539곳으로, 5년 전보다 500여 곳 넘게 줄었다. 4대 시중은행이 없는 기초지방자치단체는 46곳에 달한다. 4대 시중은행은 올해도 80곳의 영업점을 폐점할 계획이다.
문제는 은행 점포가 줄면서 금융 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시행 중이다. 은행들은 점포 폐쇄 결정 전에 사전영향평가를 해 당국에 제출하고, 폐쇄 최소 3개월 전에 고객에게 공지해야 한다. 특정 지역 점포 폐쇄를 가정해 사전영향평가를 했을 때 소비자 불편이 크다고 판단되면 점포를 유지하거나 지점을 출장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권 자율로 이뤄지는 데다 권고 수준에 그치고 법적으로 규제할 방안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 중심의 점포폐쇄 공동절차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는 등 관련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업계는 점포 폐쇄를 억지로 막으면 소비자들이 또 다른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면 채널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점포를 운영하려면 인력 등 비용이 늘어나고 전체 비용이 늘면 이자를 더 받거나 수수료를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