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대형주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반도체에서 배터리·디스플레이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삼성SDI를 4460억 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3조3280억 원), SK하이닉스(9470억 원), 현대차(4670억 원)에 이어 가장 큰 규모다. 외국인은 시가총액 2위 규모의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도 각각 1400억 원, 190억 원씩 담았다.
외국인들의 순매수세에 이들 기업의 주가도 우상향하고 있다. 삼성SDI의 주가는 연초 59만 원대에서 69만 원대로 18% 올랐다. LG엔솔과 LG디스플레이도 올해 들어 23%씩 주가가 올랐다.
배터리 업체들은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의 올해 영업이익은 2조20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81% 늘어난 2조1936억 원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고점을 지나면서 이제는 실적 우려보다 향후 전개될 신규 고객사와 추가 수주 등에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SDI의 북미 신규 투자 기대감은 아직 유효하다. 현재까지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 외에 공식적인 북미 투자는 없다. 다만, 고객사 수요를 고려하면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삼성SDI는 포스코케미칼과 10년간 40조 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발표하면서 게임 체인저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는 2026~2027년까지 최소 연 200GWh 이상의 캐파(생산능력)를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사 확보만 가시화되면 셀 업체 가운데 가장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
LG엔솔은 각종 대외변수 불확실성에도 2분기부터 전기차 신차 출시가 이어지며 출하량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SDI와 LG엔솔 모두 3월 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령 공개가 예정돼 있어 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규모 기대감도 높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RA 영향으로 자동차 OEM - 2차전지 회사 - 소재 회사 간의 대규모 계약들이 체결되고 있다”며 “연초에는 소재 회사들이 먼저 대규모 수주를 시작했는데, 2차전지 회사들도 미국에서 IRA로 인한 수주 모멘텀이 부각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1조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중 TV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정상에 이르면서 줄어든 패널 출하량과 세트 생산을 위한 패널 구매 회복이 동시에 나타나며 TV패널 판가가 반등을 보일 전망이다. TV패널 수급 개선은 전체 디스플레이 패널 면적 수급 개선으로 이어져 노트북PC와 모니터 패널 판가도 뒤따라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패널 가격 반등 시점은 TV가 2월부터, 노트북PC와 모니터는 2분기 중으로 예상돼 디스플레이 관련주의 추세적인 주가 상승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