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태는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에스엠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과 회계장부 열람 등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가장 큰 이슈는 이수만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에스엠과의 거래를 끊으라는 요구사항이었다.
이수만 총괄은 에스엠의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최대주주이지만 임원으로 등재가 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에스엠은 상장 이래 2021년까지 배당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근로와 배당소득을 가져갈 수 없는 이수만 총괄은 라이크기획이라는 회사를 세워서 에스엠을 상대로 매년 용역수수료로 수백억 원씩 갖고 갔다. 에스엠 입장에서는 영업비용으로 회계처리 해서 영업이익이 작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7000억 원대의 매출액을 올리는 에스엠의 영업이익률이 10%도 못 미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에스엠 주주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무배당 기업인데 이렇게 비정상적인 거래로 인해 영업이익마저 작아지니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한 점이다.
에스엠의 라이크기획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사실 4년 전에 한 번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에 에스엠 주식을 8% 넘게 보유하고 있던 KB자산운용이 여러 운용사와 합쳐 주주가치 제고와 더불어 일감 몰아주기 금지를 강력하게 요구했었다. 여러 운용사가 이수만 총괄보다 더 많은 지분을 모아서 힘을 합쳤지만 안타깝게 대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사항에 에스엠의 경영진이 응답하기 시작했고 카카오가 에스엠의 지분참여를 선언하면서 판이 커졌다. 그사이에 이수만 총괄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 18.5% 중 14.8%를 하이브에 넘겼다. 하이브가 에스엠의 최대주주가 되었는데 이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에스엠을 상대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237만 주, 약 9.05%의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공시했으니 이대로 진행된다면 2대 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이수만 총괄이 에스엠을 상대로 신주 및 채권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황이라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몇 달간 급박하게 벌어진 사태의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주식을 20%도 안 가진 대주주지만 ‘내가 세운 회사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회사 상장에 기여한 주주 80%는 무시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등기이사는 하기 싫고 돈은 벌고 싶으니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미국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CEO를 사임하고 주주로만 남는다고 가정해 보자. 테슬라의 핵심인물이기 때문에 경영에 관여해야 하지만 책임은 지기 싫고 돈은 벌고 싶어서 개인 회사를 차린 다음에 컨설팅 명목으로 테슬라에서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가져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가 폭락은 불 보듯 뻔할 것이고 소송 천국인 미국에서 그를 가만히 둘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대주주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액주주도 포함이 된다. 그들의 자본 조달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의 존속도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주주 일가가 계속 ‘내 회사’라고 인식하는 것은 스스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밖에 안 된다. 이렇게 경영을 하고 있는데 어느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겠는가.
우리나라가 GDP 세계 10위까지 올라갈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여전히 주식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고 있다. 위와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저평가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창업자와 대주주들은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가치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그들과 소액주주 모두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