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압박 커진다…규제법안 발의‧공정위 조사

입력 2023-02-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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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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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 대한 당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은행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전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 본점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와 고객 수수료 등을 담합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정하게 금리를 산정했는지와 은행 간 금리 담합이 있었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정위 조사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각 은행에 다음 달 3일까지 현장조사를 예고하면서 여신 업무 전반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금융기관의 불공정 약관 심사 및 시정 등을 담은 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5일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관계 부처에 시장의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경쟁 촉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각각 구성하고 지난주 첫 회의를 개최했다. 공정위도 직권 조사에 나서면서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은행권을 겨냥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발의된 은행권 관련 법안은 4건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법에 ‘은행의 공공성 확보’ 문구를 담은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법의 목적을 담고 있는 총칙 성격의 은행법 1조에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공공성을 명시한 것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은행의 공공성 논란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그동안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은행권과 학계에서는 은행이 공공적 성격은 있을 수 있지만 ‘공공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에 ‘은행 공공성’이라는 문구가 포함되면 은행 경영자 또한 사회적 책임을 확대할 제도적 근거가 생기고, 이에 따라 서민금융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김 의원실의 설명이다.

김희곤 의원은 “공공성이 큰 은행의 사익이 커지면 그에 상응하는 공익적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은행은 정부 인가 없이 할 수 없는 신용 창출의 특권에 국민을 채권자 집단으로 하고 있고, 국가 경제 순환의 핵심기능인 자금공급을 담당하고 있어서 공공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이 고정금리를 갑자기 인상하는 것을 방지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신거래기본약관 제3조 3항은 고정금리로 신용공여를 받은 경우에도 국가 경제의 급격한 변동 등 예상치 못한 사정 변경이 생기면 은행이 신용공여 금리를 변경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한 지역 신협에서 이를 근거로 연 2.5% 고정금리를 연 4.5%로 한 번에 인상 통보해 논란이 됐다.

개정안은 은행법 27조3항을 개정해 은행이 고정금리로 대출 계약을 체결 시 ‘국가의 외환 유동성 위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할 때 한 해’ 금리를 인상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이 고정금리를 변경할 때도 대출자에게 구체적 근거를 제공토록 했다.

논란이 지속하고 있는 ‘은행판 횡재세법’도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 초과이익에 대해 초과이득세를 물리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다음 달 발의할 예정이다. 은행 소득금액이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소득금액을 넘어서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초과순이자수익의 7~10%를 정책금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긴급민생회복프로젝트 첫 입법과제로 ‘서민금융법 개정법률안’ 발의했다. 서민금융정책 상품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권의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 비율을 현행 0.03%에서 0.06%로 2배 인상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금은 약 2300억 원이며 이중 은행은 약 1100억 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압박 정도가 심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 주도로 비자율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며 "방안 자체도 시장 상황과 맞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대출 금리를 무리해서 내리는 것은 한국은행의 기조와 반대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리거나 동결하고 있다. 대출 금리를 과대하게 내리면 결국 통화량이 늘어난다. 물가잡기 정책에 엇박자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압박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은행 때리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금리 인상기에 은행 이자가 서민들의 주된 관심사다 보니 정권의 지지율에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의중이 담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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