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기업 지갑 열까...“팬데믹 기간 저축액, GDP의 최대 5%”

입력 2023-02-27 14:41 수정 2023-02-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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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률 33.5%로 수년 만에 최고
“3년간 최대 1153조원 저축액 쌓여”
제조업 대기업, 유동자산 연평균 1454조원 늘려
HSBC 등 소비 성장률 8%대 회복 전망
주택시장 침체·고용 불안감·해외 수요 회복 불확실성은 변수

▲중국 장쑤성 난징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난징(중국)/신화뉴시스
▲중국 장쑤성 난징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난징(중국)/신화뉴시스

올해 중국 경기회복은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때 쥐고 있던 현금을 푸느냐에 달려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가계는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3조 위안에 달하는 규모의 자금을 저축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에 육박하는 규모다. 저축률로 따지면 33.5%로 수년 만에 가장 높다. 노무라와 UBS는 이보다 더 높게 잡아 각각 6조1000억 위안(약 1153조 원), 4조6000억 위안의 저축액이 쌓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각각 GDP의 약 5%, 4%에 달하는 수준이다.

물론 중국의 데이터 신뢰 문제로 인해 가계 저축액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또 가계 저축액이 GDP의 10%에 육박하는 2조3000억 달러 규모인 미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팬데믹 기간 불어난 가계 저축액이 지난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008년 이후 최고인 4175억 달러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들도 팬데믹 기간 현금을 쌓아두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국 국제금융공사(CICC)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형 제조업체들이 유동자산을 연평균 1조1000억 달러(약 1454조 원)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가 강타하기 전 5년간의 연평균 증가액인 4670억 달러의 두 배가 훌쩍 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라 가계와 기업이 이렇게 쌓아둔 현금을 소비함으로써 경기회복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 부양책으로 불어난 저축액이 경제 전반에 돌면서 경기회복 효과를 누렸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달 세계 최대 리튬 공급사인 중국 간펑리튬이 150억 위안 규모의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을 포함해 중국의 여러 제조업 기업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HSBC와 모건스탠리는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로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소비 성장률이 최소 팬데믹 이전 수준인 8%대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불어난 저축액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충격파가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아직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큰 축인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고용 불안감도 여전하다. 인플레이션 역시 소비 회복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 가계가 더 오래 저축하고 더 적게 지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나이키와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 회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형 국유기업과 달리 중견·중소기업들도 여전히 지출에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맥쿼리그룹은 해외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중국 수출기업들의 전체 자본 지출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비드 왕 크레디트스위스(CS)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가계가 축적한 저축액이 지속해서 보복 소비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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