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겪으면서 K바이오는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업이 하나둘 등장하는 가운데, 정부도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단 각오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바이오 선진국은 바이오클러스터를 발전시키며 블록버스터 신약을 배출하고 있다. 바이오클러스터는 바이오기술을 중심축으로 특정 지역에 관련 기업과 연구소, 대학, 투자자, 기관이 한데 모인 집합체다.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바이오산업의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투자 대비 성공 가능성은 IT나 다른 제조업에 비해 낮다. 따라서 물질 발굴부터 상용화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요구된다. 또한, 기술과 자금, 인력 등을 확보하기 위한 상호 연계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바이오클러스터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가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머크, 화이자, 노바티스, 사노피, 바이오젠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포진한 곳이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바이오클러스터를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그 결과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북, 대구, 전남 등 전국 15개 시도에 25개에 달하는 바이오클러스터가 흩어져 있다. 바이오클러스터가 없는 지역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2021년 기준 25조4000억 원으로 전 세계 규모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 의약품 시장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설립 주체 역시 정부, 지자체, 민간 등 다양하다. 먼저 정부 주도로 대구와 오송에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섰고, 바이오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인식한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에 뛰어들었다. 판교나 광교 등에는 바이오벤처들이 모였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바이오클러스터는 나름대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긴 하지만, 뚜렷한 차별점이 부족해 과제가 중복되거나 예산 확보전이 펼쳐지는 등 불필요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대다수 바이오클러스터는 기업·학교·연구소·병원의 생태계를 구성하지 못하고 단순한 기업(산·학·연·병)의 집합지에 그쳐 보스턴과 같은 선진 모델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된다.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본부장은 "바이오, 의료기기, 연구단지 등의 특성을 가진 개별 클러스터의 강점을 살리고, 산업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잘 설정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