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이 오를수록 쌓이는 돈이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이다. 전력기금은 최근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신재생에너지와 한전공대 등에 쓰였다. 전기요금이 계속 오르자 전력기금은 더 쌓이는 중이다. 기금 오남용과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력기금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기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해 마련한다. 본래 전력산업이 민영화하면 취약해지는 전력산업 기반이나 공익사업을 위해 도입한 기금이다. 최근에는 전력산업 발전과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전력기금이 엉뚱한 곳에 쓰인다는 점이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2021년 말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력기금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에 쓰일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에선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전력기금을 절반 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입한 전력기금은 6조1233억 원인데, 총 지출한 전력기금인 10조8934억 원의 56.2%에 달한다.
전력산업 발전과 기반 조성에 아예 관련 없는 기획재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에도 사용했다. 전력기금은 현재 기재부가 관리 중인데, 기금 등의 여유자금을 관리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했다. 지난해에 2조6918억 원이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쓰였다.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계속 오르면서 전력기금까지 오르는 중이다.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1kWh(킬로와트시)당 32.4원이나 올랐다. 이에 매년 2조 원 수준의 전력기금이 쌓이는 중이다. 2017년 2조396억 원 이후 2021년 2조1479억 원, 지난해엔 2조816억 원이 전력기금으로 쌓였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라 전력기금은 더 쌓일 전망이다.
전력기금은 고스란히 서민과 산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에 산업계와 국회, 감사원 등에서 전력기금 요율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 300곳에 '에너지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정책'을 묻자 응답자의 17.7%가 ‘전력기금 면제’를 꼽았다. 감사원은 2019년 "여유 자금이 과도하게 누적되는 전력기금 부담 요율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업부에 통보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전력기금 법정부담금이 지난해 이전과 비교해 가장 큰 규모로 증가했다"며 "향후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하면 법정부담금 수입도 이에 연동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력기금 수입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전기사용자 부담을 고려해 애초 계획한 지출 범위 안의 적정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런 목소리에도 정부는 전력기금 요율을 낮추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저소비 구조를 장착하기 위해서라도 전력기금 요율을 줄일 순 없다는 입장이다. 법정부담금 요율을 다시 낮추면 나중에 올리기가 어렵기 떄문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