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제언

입력 2023-02-24 05:00 수정 2023-02-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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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히가시카와는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히가시카와는 이주 관련 지원금이 따로 없지만 일본에서 유일하게 25년 연속 인구가 늘고 있다. 히가시카와는 ‘일본에서 가장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마을’이다. 사진을 통한 지역 브랜딩과 복지 인프라 확충으로 인구 증가에 성공해 지역이 소생하고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단체장 치적사업화

일본과 한국의 공통적인 문제 중 하나가 ‘지방소멸’이다. 2020년 기준 시도별 인구분포를 보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인구가 총인구의 50.24%로 인구감소와 지역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 인구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지방은 점점 소멸되고 있다.

이에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정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 ‘고향사랑기부제’,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 등 크게 3가지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중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매년 1조 원 규모로 인구감소 지역에 집중 투여된다. 이 기금은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 등 인구증가 사업에 해마다 1조 원씩 10년간 지원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지자체가 제출한 투자계획서를 평가해 경북 고령군 등 16곳, 전남 강진군 등 16곳, 강원 고성군 등 12곳, 경남 거창군 등 11곳, 전북 고창군 등 10곳, 충북 괴산군 등 9곳, 충남 공주시 등 9곳, 부산 동구 등 3곳, 대구 남구 등 2곳 등 전체 89곳의 인구감소지역, 18개 관심지역에 1조 원을 투입하였다. 올해부터는 인구감소 지역당 최대 160억 원이 집중 지원된다.

그런데 시행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문제가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이 기금이 ‘지방소멸을 막는 마중물’이 아니라 자칫 ‘단체장의 치적사업을 쌓는 쌈짓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자치단체장 공약 또는 치적 사업 끼워넣기를 하고 있어 예산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금 사업이 공약 사업 또는 기존 예산 사업과 겹칠 수도 있지만 단체장 치적 사업 위주로 투자계획이 변경 추진되는 지역이 있다. 실제 대구의 한 자치구는 단체장의 오래된 공약인 모노레일 사업을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서에 후순위로 일단 넣고 기금이 배정되자 앞 순위로 바꿔치기 하였다. 이는 기금이 단체장 공약사업에 사용되는 쌈짓돈으로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금이 자체 예산 매칭이 없는 국비 지원 사업이다 보니 의회에서 견제와 감시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단계 재정분권이 시작되면서 균형발전의 성과가 미흡하자 정교하게 설계되지 못하고 조삼모사(朝三暮四) 식으로 급하게 도입된 측면이 있다. 먼저 제도적 측면에서 인구감소 지역 선정과 관련해 지정 지역이 89개로 너무 많고 개별 지자체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한정된 재원에 비해 대상 지역이 많아 지자체 한 곳당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힘들다. 개별 단체의 단위사업 위주 계획은 지역 이주와 정착을 유도하기도 어렵다. 쉽게 말해 이주를 위한 일자리, 주거, 의료, 교육, 생활 인프라 등의 사업을 종합적으로 설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행안부는 하향식 지원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수립하는 전략과 투자계획하에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상향식 지원 정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선정된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 평가 틀과 단위가 기존 균형발전위원회의 사업 영역, 부처 공모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 틀에 끼워 맞춰 계획을 수립한 측면이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재원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지만 제도의 목적에 맞게 투자되어야 한다. 아울러 인구감소에 지속가능한 효과를 유발할 수 있도록 중장기사업이 집중적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10년간 운용하는 기금이기 때문에 운용 성과 평가를 면밀히 해야 한다. 중장기적 전략 없이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여 연례 반복사업 위주로 사업이 편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업·제휴 통한 체류형 인구유입 정책을

정부의 지방소멸 대응 정책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7%가 정책효과가 없다고 응답했다. 효과가 낮은 이유를 보면 지역 현실과 괴리된 정책 추진이 47.8%로 가장 높았고, 수도권 집중 유발 정책 지속 추진 34.3%, 단기적 성과 추구 23.9% 순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정부의 지방소멸 정책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관련 제도들이 따로 운영되고, 그 주체도 정부 및 지자체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칸막이를 제거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 고향사랑기부제,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 등 제도 간 연계, 정부 부처 간 협업, 개별 지자체 간 전략적 사업 제휴 등 지방소생 연계-협업-제휴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히가시카와 사례와 접목시킨다면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농촌 체험형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농촌 체험형 관광 상품을 고향사랑기부제의 답례품으로 선보인다. 좀 더 중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의 골자인 ‘새로운 인구’ 개념에서 나온 ‘4도 3촌, 나흘은 도시에서 사흘은 전원에서’ 사는 체류형 인구 유입 정책을 실행한다. 이것이 바로 제도의 연계-부처(서)의 협업-단체 간 제휴를 통한 지방소멸대응 실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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