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필요했던 빨간 신호등이 세상이 바뀌어서 다시 가지 않는 길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불필요한 신호등을 제거해 더 빨리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은 이같이 밝히며, 앞으로도 규제혁신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27일 임기를 시작한 오 처장은 같은 해 8월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했고 올해 2월 기준 57%의 추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1월 식약처의 숙원사업이던 ‘마약안전기획관’을 공식 조직으로 전환시켰고, 정부업무평가에서 식약처가 5개 부문에서 A등급을 맞아 우수 부처로도 선정됐다. 올해 식약처는 규제혁신 100대과제를 넘어 규제혁신 2.0을 발표할 계획이다.
오 처장은 “규제혁신 100대과제를 발표할 때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고 말했다”며 “올해는 규제혁신 2.0을 연이어 할 계획이다. 올해는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들으려고 한다. 이달 초부터 ‘식약처 혁신의 길, 현장에서 듣다’ 시리즈를 여러 분야에서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기 위해서 무엇이 미흡한지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처장은 올해 ‘안전혁신으로 국민의 일상을 든든하게, 규제혁신으로 식의약 산업을 단단하게’를 핵심 목표로 삼았다. 그는 “식약처에서 올해부터 ‘수입식품 전자심사24(SAFE-i 24)’제도를 시작한다”며 “하루 넘게 걸리던 수입식품 통관을 알고리즘을 통해 261개 검사항목을 5분만에 하도록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디지털 전환을 수입식품에서부터 다양하게 행정에 접목시키는 고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뜻한 안전혁신도 계속 하겠다”며 “50인 미만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은 영양사가 없었다. 노인이나 장애인은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소규모 사회복지 시설에서도 위생적이고 균형있는 영양식이 제공되도록 관리하는 사회복지급식센터가 올해부터 운영된다. 이러한 따뜻한 안전혁신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오래된 대못을 빼는 것만 규제혁신이 아니다. 불편했던 것을 고치는 건 당연하다”라며 “차가 만들어지고 난 뒤 길을 만들게 되면 경쟁력에서 떨어진다. 식약처는 새로운 길을 만들 때 자동차 부품도 같이 만들어 길이 만들어졌을 때 만들어진 차가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식의약 제품이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다”며 “우리의 가이드라인이 국제공동협의체 가이드라인으로 인정되도록 적극적으로 하겠다. 우리 기준에 맞춘 식의약 제품이 국제 기준이 되게 되므로 산업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식약처는 올해 아시아·태평양지역 규제기관 협의체(Asia Pacific Food Regulation Authority Summit, APFRAS)’를 통해 만들 계획이다. 오 처장은 “태평양 지역의 아시아 국가들은 입맛이 비슷해 그쪽으로 수출을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식품분야 규제 주도권을 쥘 때가 됐다”고 밝혔다.
식약처와 기업 간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혁신제품 개발 시 연구개발 단계부터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해 ‘브릿지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이 프로젝트는 국산 신기술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국내 규제를 세계기준에 맞추고 제품화 R&D코디, 규제 전문가 밀착 상담, 글로벌 기준 우선 적용, 심속심사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오 처장은 “연구실이나 제약회사에서 무수히 많은 신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제품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브리지 프로젝트와 함께 인재양성도 진행해 산업과 규제기관이 갑을 관계가 아닌 서로 도움을 주며 협업하는 체제를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식약처가 처로 승격한지 올해로 10주년”이라며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도약할 10년에 대해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제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