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들이 요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상저하고’다. 우리 경제가 올해 상반기 어려움을 겪겠지만 하반기엔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담은 말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란 말도 쌍둥이처럼 쓰인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접은 중국이 하반기 회복세의 주된 원군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읽게 해 주는 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중국 리오프닝 효과 등으로 대외여건이 개선되리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상당히 어려운 여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당국 입장에선 ‘정답’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런 나라의 무역수지가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18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수출 부진이 반도체, 에너지 문제와 더불어 크게 작용했다. 경제 당국이 중국을 쳐다보는 것은 당연하다. 올 들어 20% 넘게 감소한 중국 수출만 되살아나도 무역수지 주름살은 많이 풀릴 것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현실을 직시하는지 의구심도 든다. 어제 본지 취재 결과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이전만큼 중국발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역군들의 체감지수는 크게 낮은 것이다. 학계 경고음도 나온다. 신현한 교수(연세대·차기 한국증권학회장)는 “중국 리오프닝 영향은 양면성이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경쟁 격화를 우려했다.
중국 리오프닝은 실제로 양면적이다. 중국은 더 이상 한국산 중간재로 완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는 국가가 아니다. 대중 수출은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그것이 제로 코로나 정책만의 소산인지 정밀 검토할 때가 됐다. 구조적 변화의 조짐이라면 기술 격차 확대, 시장 다변화와 같은 근본 대응책이 필요해진다. 아울러 중국 경제가 활력을 찾으면 원자재 인플레이션으로 우리 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대책이 절실해질 것이다. ‘상저하고’, ‘중국 리오프닝’만 찾을 때가 아닌 것이다.
중국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옛 경제적 과실만 기억하면서 달콤한 꿈만 꿀 일이 아니다. 미·중 양국 사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패권경쟁이 앞으로 어려운 택일을 요구하게 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 추격을 따돌릴 경쟁력 강화를 범국가적으로 추진하면서 지정학적 선택의 순간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근 4분의 1에 달하는 수출 및 무역의 대중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이 입에 달고 다녀야 하는 말은 ‘상저하고’나 ‘중국 리오프닝’이 아니라 ‘수출 다변화’여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