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외에 플랫폼 기업·제약 개발자 등 다양
아모레퍼시픽·LG디스플레이 2명으로 증가
제약기업도 이미엽 신약개발담당 사외이사로
지난해 여성 사외이사 비율 처음으로 20%대
여성 사외이사 기업 수 20곳→60곳→82곳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여성 임원수부터 늘어야”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양그룹 식품·화학 계열사인 삼양사는 다음달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옥경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다수 기업의 이사 경력을 쌓아온 양 교수가 사외이사 후보로 적합했다는 평가다. 양 교수는 현재도 삼성생명공익재단·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사회복지법인 따뜻한 동행·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은정 라인플러스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임명한다. 지난해 3월 아모레퍼시픽은 제일기획 전 부사장이자 ‘최인아책방’의 대표인 최인아 씨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로써 아모레퍼시픽그룹 내 여성 사외이사는 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도 박상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신규 선임하면서 LG디스플레이 내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선임된 강정혜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포함해 2명이 된다.
보수적 기업문화로 소문난 제약·바이오 기업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종근당은 이번 주총에서 이미엽 종근당 신약사업개발 담당 이사를 사외이사로 뽑을 예정이다. 철강업계인 고려아연은 김보영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를 3월 주총에서 재선임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외이사도 맡으며 다양한 ESG 관련 정책을 제시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올해 주총에서 여성 사외이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지난해 8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性別)로만 채우지 못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성 사외이사 비율(3분기 기준)은 △2020년 7.9%(35명) △2021년 15%(67명) △2022년 21%(94명)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20%에 진입했다. 여성 사외이사가 1명이라도 있는 기업 수도 2020년에는 30곳에 불과했지만, 2021년 60곳, 2022년 82곳으로 증가했다.
다만 이같은 자본시장법 조항을 위반하면 법 위반 상태에 놓이게 될 뿐, 제도적 강제는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소장은 “상장사 중 자산 2조 원이면 200개 기업이 안 되고, 전체 상장사 2600개 중 200개면 10% 조금 넘는 비율”이라며 “여성 사외이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월 설립 후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인 이우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영입했다.패션·뷰티업계는 전체 직원 중 절대다수가 여성으로 구성된 만큼 이사회 내 여성 전문가 영입을 앞당겼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노력에도 적합한 후보군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여성 사외이사 대부분은 법조계와 학계출신이다. 오 소장은 “아직까지 여성 사외이사를 뽑고 싶어도 그에 충족하는 조건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한 사람이 여러 기업 사외이사에 겹쳐 선임되는 경우도 많다. 기업 내에서 향후 사외이사가 될 수 있는 여성 임원 수부터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사회의 다양성이 단순히 기계적 ‘성별 맞추기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ESG경영 측면에서 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늘리고는 있지만, 기업 내 다양성은 지역, 학벌, 장애 유무 등을 통해서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