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도 카드론 등 대출금리 인하 유도
금융권 "2금융권 가격 개입 지양해야"
금융당국은 그간 은행 대출 이자에 지속해서 제동을 걸어왔다. 코로나 정국에는 은행에 자금 쏠림 방지를 위한다며 예금금리까지 낮출 것을 요구했고, 보험권에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격 개입이 오히려 시장 왜곡을 가져오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가격통제는 금융권 전반에서 확인되고 있다. 우선 국민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이 해당된다. 실손보험의 경우 만년 적자에도 인상률이 8.9%에 그치면서 향후 10년 누적 적자로 예상됐던 112조 원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손보험은 4000만 명의 가까운 국민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불렸으나, 비급여 항목에서 과잉진료로 매년 2조~3조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려면 매년 21%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보험업계도 10%대의 인상률을 요구했으나 당국과 정치권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결국 한 자릿수로 물러났다.
자동차보험료도 마찬가지다. 손보사들은 당초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을 1%대 후반으로 제시했으나, 정치권은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결국, 삼성화재는 27일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1% 인하한다. 당초 계획보다 인하폭을 소폭(0.1%p) 늘리기로 했다. 다른 대형 손보사들도 이달 말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다.
카드사들도 불똥이 튈까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흔들렸던 자금 시장이 올해 들어 안정화됨에 따라 카드사들이 카드론 등의 대출 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조달 금리가 낮아졌으니 대출 금리도 낮추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대출이자로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에 대한 당국의 감독은 물론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과 책임을 민간사에 전가하는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가격 개입은 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대부분 서비스가 비슷하고, 매년 갱신되는 특성상 보험료가 저렴한 대형사로의 가입자 환승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상위사의 점유가 높아져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일 수 있다"고 했다.
은행보다 민간 성격이 강한 2금융권까지의 가격 개입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은 은행과 성격이 다소 다르다"라며 "은행은 예대마진으로 금리가 오르면 가만히 있어도 수익을 보는 구조를 부정할 수 없지만, 보험사들은 적극적인 영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격은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한국은 함부로 가격 규제를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보험업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통계적 특성 등으로 시장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