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30%만 회계자료 제출, 표지만 낸 곳도 수두룩…이정식 "시정명령 후 과태료"

입력 2023-02-16 16:18 수정 2023-02-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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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이상 단위노조 등 334곳에 점검 결과서 요구…노동계 "위법한 월권" 반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대규모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대다수가 고용노동부의 회계자료 제출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6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어제 자정까지 노동조합에 회계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대상 노조의 70%가 제출했고, 이 중에서 30%만 제대로 냈고 40% 정도는 표지만 냈다”고 밝혔다.

앞서 고용부는 노조가 스스로 서류 비치‧보존 의무를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도록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자율점검 기간을 운영했다. 이후 민간노조 253곳, 공무원·교원노조 81곳 등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조와 연합단체 334곳에 점검 결과 보고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 비치‧보존 의무 이행 여부를 보고받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14조에 따른 비치·보존 의무 대상 서류는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다.

노동계의 비협조는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7일 산하 노조에 내린 공문에서 △비치 대상 항목은 사진 및 서류의 ‘표지’ 제출 △보존 대상 항목은 3년간 연도별 ‘표지’ 제출 △증빙자료 중 ‘내지’ 등 민감한 내부정보는 제출하지 않음 △부당한 현장방문 및 자료제출 요구는 거부하고 즉각 신고할 것을 주문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재정 자료는 정부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문 발송 당시 고용부는 점검 결과서 및 증빙자료가 제출되지 않거나 제출 자료에서 서류 비치‧보존 미비점이 발견되는 등 법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과태료 부과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도 이 장관은 “회계자료를 내지 않은 곳에 대해선 시정명령을 내린 후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그래도 안 지키면 또 다른 페널티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점검 결과 발표를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상급단체 및 일정 규모 이상의 노조에 일률적으로 자료 제출 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법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부당한 정부의 노조 운영에 대한 개입이며 위법한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향후 노동부가 제출 불이행 및 제출한 서류의 미비 등을 들어 과도한 현장점검를 실시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노조 때리기를 이어간다면, 한국노총은 정부의 부당한 행정 개입에 불응하고, 법률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물론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부 장관에 직권남용 책임을 묻고, 국제노동기구(ILO)에 공식 제소하는 등 공동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우리가 노조의 회계를 검사하겠단 의미는 아니다”라며 “현행법에 나와 있는 부분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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