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놀이터] 실내 공기오염도 심각하다!

입력 2023-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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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암 종별 발생 현황을 보면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의 변화가 반영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위암이 압도적인 1위였지만 서구식 식생활로 바뀌면서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췌장암이 급증했다. 반면 위암은 감소세이고 간암 역시 남성은 줄었다. 예전만큼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런데 폐암은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사이 흡연율이 35%에서 20%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간접흡연을 막기 위한 여러 법적 조치가 이뤄진 걸 생각하면 감소했을 것 같지만, 반대로 꾸준히 늘어 2019년부터는 위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갑상선암 제외). 대체로 암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폐암의 경우 이런 경향이 특히 두드러지니 고령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일까.

이번 달 들어 공기가 탁한 날이 이어지면서 문득 이런 경향에 미세먼지가 한몫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1월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지구촌에서 공기오염으로 6700만 명이 조기 사망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제는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대신 바깥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생겼다. 그러고 보니 안 그래도 겨울이라 환기를 잘 하지 않는데 요즘은 아예 창문을 열지 않는 날도 있는 것 같다.

사람도 오염원?…공기오염 사망자 절반 ‘실내오염’ 원인

지난주 학술지 ‘네이처’에는 바깥의 미세먼지만큼이나 실내의 공기오염도 심각하다는 경고를 담은 사설과 전문가들의 기고문이 실렸다. WHO가 발표한 공기오염 사망자 6700만 명 가운데 실내 공기오염이 3200만 명으로 실외 공기오염인 3500만 명에 거의 맞먹는다. 이런 상황임에도 실외 공기오염에 비해 실내 공기오염의 심각성은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람들의 인식도 실내 공기오염을 천식이나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정도의 문제라고 보는 것 같다.

실내 공기오염은 몇 가지 점에서 실외 공기오염과 다르다. 먼저 개별성으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더라도 내 집과 옆집의 공기 질이 전혀 다를 수 있다. 영국 요크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세제 등에 향료로 쓰이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인 리모넨의 수치가 최대 800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

다음은 오염물질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가구, 생활용품 등에서 나오는 VOC, 가스레인지로 조리할 때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 심지어 우리가 내쉬는 숨이나 피부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각종 VOC도 포함된다. 샴푸와 화장품, 특히 향수를 쓴 사람이 내보내는 향기 분자가 전형적인 VOC다. 물론 이런 물질은 몸에 해롭지 않다고 평가돼 쓰이는 것이지만 피부 표면이나 공기 중에서 산화돼 유해한 화합물로 바뀔 수 있어 고농도로 장기간 노출되는 건 피해야 한다.

끝으로 실내 오염물질 가운데 상당수가 필터로도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공기청정기나 마스크로도 VOC를 제대로 거를 수 없고 특히 일산화탄소나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데는 전혀 소용이 없다. 환기를 자주 해 바깥으로 내보내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말이다.

▲오늘날 사람들 대다수가 하루의 80~90%를 실내에서 보냄에도 실내 공기오염의 심각성이 간과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전형적인 회사 회의실의 공기오염 실태를 분석한 결과 바깥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 이상으로 사람들의 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휘발 물질(빨간 화살표)이 해로운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실내에 두는 공기청정기로는 역부족이고 공기정화 능력을 갖춘 환기시스템(파란 화살표)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제공 ‘C. Bickel/사이언스’)
▲오늘날 사람들 대다수가 하루의 80~90%를 실내에서 보냄에도 실내 공기오염의 심각성이 간과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전형적인 회사 회의실의 공기오염 실태를 분석한 결과 바깥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 이상으로 사람들의 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휘발 물질(빨간 화살표)이 해로운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실내에 두는 공기청정기로는 역부족이고 공기정화 능력을 갖춘 환기시스템(파란 화살표)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제공 ‘C. Bickel/사이언스’)

‘(소위 연탄가스인) 일산화탄소면 몰라도 (인체에 무해한) 이산화탄소가 무슨 문제가 될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내 공간에 여러 사람이 장시간 머무르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환기가 잘 안 되는 건물 10곳을 선정한 뒤 6곳에만 최신 환기 시설을 설치한 뒤 일하는 사람들의 생리지표와 인지능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환기로 이산화탄소 수치가 낮게 유지되는 쪽이 인지능력이 26% 더 높았고 귀가해서 잠도 더 잘 자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내 공기오염의 위험성을 줄이려면 오염원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VOC를 내보내는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사용을 줄이고 특히 향초처럼 사용할 때 다량의 미세먼지와 VOC가 나오는 제품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쓰지 않아야 한다. 주방에서도 가능한 한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로 바꾸는 게 좋다. 걸레질을 자주 해 바닥이나 벽, 가구에 붙은 오염물질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휘발성유기화합물 오염원 최소화해야

아울러 실내에 두는 물건을 줄일 필요가 있다. 잘 쓰지도 않는 물건을 펼쳐놓으면 가까이 지나갈 때 쌓인 미세먼지가 흩어지기도 하고 물건 표면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유해한 휘발 물질이 미량이지만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 스스로 저장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습관을 고치는 게 집안도 정리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코로나가 떠나니 미세먼지가 돌아오는 걸까. 요즘 추세로 보면 올봄까지는 코로나19 이전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것 같다. 그렇다고 바깥의 공기오염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실내 공기가 탁해져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지만 앞서 언급한 행동을 실천해 악영향을 최소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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