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계 부채가 크게 늘고 대규모의 집값 버블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우선, 집값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인 가격소득비율(PIR, 평균주택가격/평균가계소득, 배)이 주택 실수요 가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통계를 기준으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PIR는 2021년 말 현재 7.5 내외로 2012년의 5에 비해 50%가량 높아졌다. 특히 서울의 PIR는 같은 기간 중 10에서 19 안팎으로 급등했다. PIR 19란 평균적 소득을 버는 서울 거주 가구가 서울에서 평균 가격의 집을 사려면 가구원 소득 모두를 19년(소득의 2분의 1 또는 4분의 1을 저축한다면 각각 38년, 76년) 동안 모아야 한다는 뜻인 바, 이러한 가격수준은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며 결코 유지 가능하지 않다.
한편, 우리나라 가계의 부채 부담 역시 선진국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독일 6.1%, 프랑스 6.6%, 영국 8.4%, 일본 7.2%, 미국 7.5%인 데 비해 한국은 13.4%에 이른다. 같은 시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시 한국은 105.6%로 독일의 55.9%, 프랑스 66.5%, 영국 83.9%, 일본 69.0%, 미국 75.6%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주택금융공사 추계 우리나라의 주택구입부담지수 역시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앞으로 집값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 평균이나 국제적 평균에 비해 크게 높아진 PIR나 가계부채 수준이 결국 평균 수준으로 수렴(mean reversion)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집값 하락은 전형적인 주택 경기 및 부채 사이클의 변동 과정이자 건전한 조정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그간의 집값 급등이 군집 행동에 따른 시장의 실패와 비현실적 이념에 매몰된 정부의 실패, 코로나19로 인한 이례적 저금리 등에 기인했고, 따라서 집값이 균형 수준에서 멀어졌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위드 코로나와 함께 국내외 금리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집값 조정은 불가피하다. 사회적 자원이 생산활동과 거리가 있는 주택매입에 과잉 투자되어 가계의 저축·소비 여력을 잠식하고 기업의 투자 자원을 낭비하는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번의 주택경기 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가계의 부채 확대를 통한 주택 구입 유도 또는 직접적인 집값 부양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무주택자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반시장적 규제 해제로 시장 수요에 적합한 주택 공급을 확보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공공 주택 건축 및 임대를 늘려 집값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킴으로써 무주택 및 1주택 가계가 집값 급변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야말로 국민의 생활 안정과 출산율 증대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의 집값 조정이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적절히 관리하는 한편, 가계의 디레버리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1980년대 말 부동산 버블이 기업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 급증에 상당 부분 기인했음에 따라 버블 붕괴로 인한 기업 및 금융기관 부실과 경기 침체 효과가 컸으나, 우리나라의 이번 주택 버블은 개인의 차입 및 주택 투자 증가에 주로 기인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만 적절히 관리된다면 기업의 부실화와 이에 따른 경기 악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다만, 역(逆) 부의 효과, 부채상환 부담 등으로 향후 가계 소비가 부진해질 수 있으므로 다중채무자 가계를 중심으로 부채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