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불륜남의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뒤, 아이를 데려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40대 남성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9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이 지역 한 산부인과는 “아이 아버지가 아내가 낳은 아기를 데려가지 않는다”며 남편 A 씨를 아동 유기 혐의로 신고했다.
해당 사건은 당사자인 A 씨가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간남의 아이까지 제 가족입니까?’라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A 씨는 “돌연 가출한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았다. 10살 어린 노래방 도우미 남성과 불륜을 저지르고 살림까지 차렸다”라며 “아이 셋을 혼자 돌보며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아내보다 10살이나 어린 상간남이 아내와 도망가서 잘 살겠냐. 그저 한숨만 나왔다”고 털어놨다.
이후 A 씨는 이혼 소송 확정일 전 아내가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출산 중 혈전으로 사망했다. A 씨는 “남의 아이를 낳다가 죽는다는 게 저한테는 끝까지 상처와 비참함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A 씨는 아동유기죄로 신고까지 당했다. 이혼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A 씨는 민법상 아기의 친부로 명시됐고, 아이의 출생신고까지 맡아야 했다. 민법상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A 씨는 “상대 남성(진짜 친부)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이냐”며 “친자 불일치 결과까지 받았는데 출생 신고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 씨는 10일 JTBC ‘사건반장’에서도 이 사연을 공개했다.
사건과 관련해 청주시는 “A 씨로서는 답답하겠지만, 출생신고를 한 이후 대책을 찾는 게 법적 절차”라며 “신속히 조처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생신고가 이뤄져야 양육시설 등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A 씨에게 “출생신고를 한 뒤 법원에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하라”라고 설득하고 있다.
A 씨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아기 아버지로 이름을 올리는 게 꺼려질뿐더러 “상간남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건가”라고 억울함을 표했다. A 씨는 온라인상에 상간남의 사진과 함께 아동 성추행, 절도 혐의 등을 주장했다가 경찰로부터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게시글을 삭제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어 “경찰에 물어봤더니 걔(상간남)한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고 시청에서도 걔한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며 “아 진짜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난 보호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아동 유기 혐의로 A 씨를 처벌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만간 생물학적 아버지로 추정되는 내연남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사실관계 조사에 나선 경찰은 A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