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배불린 에르도안 정치...튀르키예 지진 피해 키운 ‘원흉’

입력 2023-02-13 13:02 수정 2023-02-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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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팀이 튀르키예 카흐라만라슈에서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 잔해 더미를 12일(현지시간) 수색하고 있다. 카흐라만라슈/AFP연합뉴스
▲구조팀이 튀르키예 카흐라만라슈에서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 잔해 더미를 12일(현지시간) 수색하고 있다. 카흐라만라슈/AFP연합뉴스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에 따른 누적 사망자 수가 3만4000명을 넘어섰다. 지진 자체의 위력도 물론 엄청났지만, 에르도안 정권의 곪아 터진 부패 고리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막강한 정치 권력을 잡게 된 계기는 1999년 지진이었다. 1만7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당시 정부의 늑장 대처가 시민의 분노를 낳았고, 에르도안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이 집권하는 배경이 됐다. 에르도안은 뿌리 깊은 부패, 무능한 정부, 무책임한 관계 기관을 비판하며 부패 청산과 정부 혁신을 맹세했다.

그러나 개혁을 앞세운 에르도안은 튀르키예를 '위험한' 국가로 몰고 갔다. 에르도안은 충성파를 요직에 배치했고, 측근이 운영하는 민간 기업에 일감을 몰아줬다. 이 과정에서 안전 관리 감독 절차는 사라졌다.

튀르키예에서 건설 붐이 한창일 때, 에르도안 측근 기업들은 경쟁 입찰 없이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쓸어갔다. 규제 감독마저 전무한 상황에서 이들은 건축 규정을 무시한 채, 지진 발생 위험 지역에 인프라와 주택을 건설했다. 이번 강진으로 피해가 컸던 지역인 하타이에서 붕괴된 건물 상당수는 에르도안 측근 기업들이 건설을 맡았다. 도시의 유일한 활주로 역시 둘로 갈라졌는데, 에르도안 측근 기업이 지진 단층선 위에 이를 건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 진단 절차가 생략된 비극은 과거에도 잇달았다. 작년 서부 도시 이스파르타를 강타한 폭풍으로 전력 공급이 끊기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기, 가스, 수도(유틸리티) 등 인프라 사업을 하는 민간 기업들이 재난 대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주민과 야당의 반발이 거셌다. 튀르키예 유틸리티 사업은 AKP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에르도안 측근들이 운영하는 민간기업에 줄줄이 매각됐었다.

2018년 열차 충돌 사고로 어린이를 포함한 2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역시 민간기업이 유지·보수 작업을 철저하게 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4년 광산 폭발로 301명의 광부가 사망한 사고에서도 에르도안 측근이 대표로 있는 기업의 부실 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폭발 발생 20일 전, AKP는 광산 위험성을 조사하기 위한 야당 주도의 법안 발의마저 무력화시켰다.

에르도안 정부의 관리 및 대응도 심각했다. 2021년 튀르키예 남부에 번진 산불로 최소 9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비판론자들은 에르도안 정부가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면서도 위기 대응 준비는 전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도안 정부는 소방용 항공기가 전혀 없고, 기존 항공기조차 사용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고 인정했다.

이번 지진 구조가 더딘 것도 1999년 지진 구조 과정에서 활약했던 터키군, 시민단체,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의 역할을 축소하고 해체한 영향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에르도안 정부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지진 피해 지역의 건설업자 100명을 체포했다. 내진 규정을 지키지 않아 피해를 키웠는지 조사하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에르도안이 부실 공사 관계자에게 책임을 묻는 조치에 나섰지만, 피해를 키운 ‘원흉’은 본인 자신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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