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터키)가 정권심판론으로 들끓고 있다. 규모 7.8 강진에 정부의 부실대응이 드러나면서다. 당장 5월과 6월에 각기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2만8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부각되면서 생존자들과 국민 사이에서 정권심판론이 번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과거 정부의 강진 부실대응에 대한 공분에 편승해 집권했다는 점에서 더욱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999년 강진에 정부가 적절히 대응치 못한 것을 비판하며 2003년 총리에 취임했고, 2018년 대통령중심제로 전환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20년이 지났음에도 강진 부실대응이라는 같은 이유로 위기에 처하면서 국가개혁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튀르키예 내에선 20년이 지났음에도 또다시 강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군의 기능을 제한한 점이 꼽히고 있다. 1999년 강진 대응에 군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현재는 독재정치에 따른 지나친 중앙집권 탓에 군이 신속히 대응치 못했다는 것이다.
1999년 당시 위기센터장을 맡았던 투르커 에르투르크 예비역 해군제독은 “에르도안 정부가 군의 기능을 제한해 재난 대응 계획과 훈련이 없어졌다. 권위주의 정부에선 모든 결정을 상부가 내려줄 때까지 기다린다”고 꼬집었다.
건물 부실공사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999년 강진 이후 내진 설계 강화 법규가 생겼지만, 그 이후 세워진 건물들도 이번 강진으로 다수 붕괴해서다. 튀르키예 법무부는 앞서 지진 피해 10개 주에 ‘지진 범죄 수사대’를 설치해 건설업자 100여 명을 부실공사 혐의로 구금했다.
강진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생존자들이 적극 정권 비판에 나서면서 6개 야당 연합이 정권교체 동력으로 삼고 있다.
당장 5월 14일 조기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있고, 총선은 6월 18일 이전에 치러질 전망인 가운데 정권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