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 핵폐기물 넘친다…한수원, 원전 내 처리장 건설키로

입력 2023-02-07 17:21 수정 2023-02-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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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열고 건식저장시설 건설 의결
고리 원전, 포화시점 임박해 중단 위기
정치권·지역 주민 우려 목소리 커져
한수원 "주민과 소통 안 할 이유 없어"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직원들이 지난해 11월 23일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을 위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리원자력본부)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직원들이 지난해 11월 23일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을 위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리원자력본부)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원전 내에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건설한다. 포화 시점이 임박한 습식저장시설 대신 건식저장시설을 새로 지어 보관하겠다는 의도다. 지역에선 건식저장시설을 영구시설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보관하기 전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주민들을 설득할 계획이다.

7일 한수원은 이사회를 열고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상정 후 의결했다. 해당 시설은 가동 전 최소량인 2880다발 규모로 건설하고 총 7년의 사업 기간이 소요된다.

고리 원전은 지난해 12월 기준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87.6%에 달해 대안이 필요한 상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연료로 사용한 핵연료 물질을 말한다. 현재 원전 대부분은 부지 내에 있는 습식저장소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해 일정 기간 열을 식힌다. 냉각 기간 중엔 방사선이 줄어든다.

계획대로라면 냉각 과정을 거친 사용후핵연료는 중간저장시설로 옮긴 후 영구처리시설에 보관해야 한다. 현재 관련 법이 국회에서 계류돼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리시설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습식저장시설에 계속 보관해도 되지만, 용량 자체가 적어 한계가 있다. 이에 대안으로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보관이 가능한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짓게 된 것이다.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한시적으로 건식저장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이후에 중간저장시설이 생기면 옮겨야 한다.

현재 월성 원전만 사일로와 맥스터 등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보유 중이다. 이외에 원전은 건식저장시설 없이 습식저장시설만 있다. 이중 고리 원전과 한빛, 한울 원전은 포화 시점이 2031년 안팎으로 임박한 상태다. 정부가 곧 발표할 새로운 포화 시점 결과에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 원전 가동은 멈춰야 한다. 현재 원전이 전체 전력수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일부 원전이 멈추면 전력수급에도 파장이 크다. 포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임시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건식저장시설이 필요한 상태다.

주민들은 고리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냈다.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에선 시민단체 84개가 모여 고리 2호기 수명 연장과 고준위 핵폐기장 반대 범시민 운동본부를 구성해 반대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유력 주자인 김기현 후보도 "부산 지역에 방폐장을 만드는 건 천만의 말씀"이라며 "영구저장시설 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저장은 안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도 지역 민심을 고려해 대응 마련에 나선 상태다.

한수원은 고리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이 고준위 방폐장도 아니고,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이라는 입장이다.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시설이 아니고 안전성도 확보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확신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건식저장방식은 원전을 운영 중인 33개국 중 24개국이 채택한 안전성이 입증된 저장방식"이라며 "지진·해일 등 자연재해 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항공기 충돌에도 시설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강화된 규제기준을 준수해 설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수원은 주민들의 우려를 고려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건식저장시설의 설계 방향이 구체화되면 설명회와 공청회를 통해 지역 의견을 청취하고 지역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가 의무 사항이 아니지만, 주민 수용성 차원에서 지자체가 원하기도 하고 소통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떳떳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주민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도 "고리 건식저장시설은 꼭 필요하다. 포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저장하기 위해서라도 임시로 보관하기 위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고리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의 영구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법(고준위법) 입법에 매진할 계획이다. 고준위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영구처리시설을 다른 곳에 마련할 근거가 생기고, 고리 건식저장시설도 임시 시설이라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국회는 20일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소위를 열고 고준위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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