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본격적으로 호봉제 손질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과도한 연공성이 고령자의 계속고용을 저해하고, 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을 줄여 세대 갈등을 유발한다는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의 문제의식과 권고에 따라 구성됐다.
위원회에선 이정식 고용부 장관과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으로는 7개 부처 실장급 관계자와 민간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주요 논의과제는 △원·하청 임금 격차가 심각한 업종에 대한 실태조사 △해외 선진국의 임금정책 △임금체계 개편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 지원 △업종별 특성에 맞는 원·하청 상생모델 개발 △임금 격차 해소와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담은 ‘상생임금 확산 로드맵’ 마련·발표다.
이 장관은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여전히 연공성이 강하며, 특히 유노조·대기업에서 연공성이 집중되고 있다”며 “반면, 중소기업은 인사·노무 역량이 취약해 전체 사업체의 61%가 임금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임금체계 하에서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조직화한 근로자들은 과도한 혜택을 받는 반면,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조직화하지 못한 근로자들은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해 이중구조사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본급 체계가 있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서 호봉급은 35.1%, 직능급은 35.3%, 직무급은 27.7%였다.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호봉급 도입 비중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10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69.7%로 집계됐다. 노조 유무별로는 무노조 사업체에서 호봉급이 30.7%에 불과했지만, 유노조 사업체에선 69.4%로 2배를 웃돌았다.
기본금 체계가 없는 경우는 주로 소규모 사업체에 집중됐다. 전체 사업체 중 기본급 체계가 없는 사업체는 61.1%였는데, 이 중 95.4%가 10인 미만 사업체였다.
이재열 교수는 “우리 노동시장은 노동법제와 사회안전망으로 보호받는 12%(대기업·정규직)와 보호에서 배제된 88%(중소기업·비정규직 등)의 구조로, 두 집단의 임금 격차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근로자들의 소득·사회안전망·능력개발 등 일자리의 모든 부분을 제약하고 청년들의 희망을 박탈하므로 위원회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위원회는 현장방문, 노·사·전문가 간담회, 청년 간담회,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를 토대로 주요 논의 의제를 분기별로 권고 또는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