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산업사회가 저출산 고령화로 비롯된 다양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궁극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관한 실질적 고민의 종착역은 연금개혁이다. 경제발전과 인구증가라는 산업사회의 전형에서 설계된 연금 시스템은 위기를 맞고 있다. 프랑스는 은퇴자들의 천국으로 불렸다. 일찍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프랑스는 길어진 은퇴 후의 삶을 위해 탄탄한 연금 시스템을 설계해 왔다. 유럽 내에서도 프랑스는 비교적 높은 세금 구조를 통해, 은퇴연금이 노동인구 평균소득의 100% 이상에 달할 수 있도록 연금구조를 시스템화한 것이다. 이에 프랑스 노동자들은 은퇴 후의 삶을 꿈꾸며, 높은 세금과 고물가로 인해 실질소득이 낮은 구조임에도 노동기간을 묵묵히 이행해 왔다. 2019년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예측되었던 프랑스는 2010년 초 이미 연금개혁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60세에서 62세로의 은퇴연령 연장, 65세에서 67세로의 연금 수급연령 연장이 단행되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연금구조는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첫 대선행보 때부터 연금개혁을 추진하고자 하였다. 2004년 은퇴자 대비 노동자의 비율이 1명당 2명이었으나, 2019년 1.7명으로 낮아졌으며, 2040년 1.5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은퇴자와 노동자 간 연대에 의해 작동되는 재분배 정책의 표본인 연금제도가 취약한 사회구조에서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차 세계대전 후 사망 대비 출생 과잉의 베이비 붐 세대는 역동적으로 프랑스 사회 산업 발전을 이끌었으나, 현재 연금 생태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고갈도 문제이지만 다양한 직군에 서로 다른 연금시스템이 적용되는 데 대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보편적 연금 시스템으로의 직군별 연금제도 통합을 통해 사회공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번 연금개혁에는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었다. 당시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 시도는 2018년 격렬했던 노란조끼 시위로 저지되었으며,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유예되어 왔다. 재선 성공 이후 마크롱 정부는 몇 년을 묵힌 연금개혁안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내 노동조합은 법적 정년 연기에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작년 12월 초 전체 노조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정치적으로 연금 시스템의 재정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들은 연금 체계에서 적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003년에도 2013년에도 연금 시스템 유지 가능성에 관한 반복된 질문이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국민공감대 없이 진행되는 연금개혁이 심각한 사회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금제도의 균형을 위한 불공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크롱 정부가 단행한 직군별 연금제도 통합은 위험한 직군에서 고된 업무에 처해 상대적으로 빠른 퇴직을 맞이하는 간병인, 경찰관, 교도소 직원, 항공교통 관제사 등의 특수 직군에 대한 은퇴연령 연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파업과 반대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초고령 사회에서 연금체계의 변화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연금개혁으로 비롯될 세대 간 갈등, 직군 간 갈등을 고려하고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사회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동행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