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장기 사업계획 세우려면 네거티브 전환돼야”
금융당국이 올 상반기 금산분리 제도개선에 나선다. 금융권에서는 ‘혁신’이 가능해지려면 장기적으로 네거티브 전환 후 위험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비금융업종 자회사 출자 또는 부수업무 영위 허용 등 과감한 금융규제 완화 방안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해 4차례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의 범위를 법령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세 가지 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당시 △현행과 같이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확대 △상품 제조ㆍ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한 후 위험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화하고 부수 업무는 포지티브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날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논의된 금산분리 방안을 바탕으로 부수업무와 자회사 출자범위 등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을 내부 검토 중”이라며 “은행 등 관련 업권과 협의 진행 중이고 구체적인 법률 구성안 등은 올 6월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비금융 업무를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전환’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빅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간 비대칭적 규제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자회사 출자 관련 네거티브화 등을 위해서는 은행법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하기에 장기적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법률 개정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나열식으로 규정된 자회사 출자범위 및 부수업무의 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포지티브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면서도 “은행 본체에 해가 되지 않게끔 리스크 총량을 규제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새로운 비금융사업 모델을 시도할 수 있게 하는 네거티브 규제 체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은행법 감독규정을 먼저 손본 뒤 예상치 못한 위험성은 없는지 살피고 궁극적으로는 입법 추진을 통해 법체계 자체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금융위 측도 이견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0일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는 게 상당한 장점이 있다고 본다”며 “약간의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만 당시 김 위원장은 사회의 분위기와 감독 당국의 감독 능력을 고려해 구체화해야 할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처음에 규제하지 말라고 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정부의 감독 소홀을 지적하는 게 우리 사회의 분위기”라며 “규제 방향을 업계와 논의해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생활 서비스, 비금융정보기술(IT) 서비스 등 신사업에 더욱 자유롭게 진출할 발판을 만들어달라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나 신한은행의 배달 앱 서비스 등은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최대 4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금융사업에 대한 장기계획을 수립하려면 지금과 같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한시 허용되는 게 아니라 규제 자체가 완화돼야 한다고 본다”며 “이번에 네거티브로 규제가 개선돼 은행이 완전하게 자유로운 비금융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