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는 1990년대 중반을 변곡점으로 버블 경제기에서 장기 침체기로 빠져들었고, 일본 사회에서는 버블 붕괴로 인한 물가하락(deflation)이 소비와 생산 의욕을 저하시키고, 소비와 생산 의욕 감소가 (자국 내) 투자 의욕을 꺾는 것이 장기 침체의 원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경기 침체로부터 탈출하기 위하여 2012년 아베 내각의 출범과 함께 아베노믹스가 시작되었다.
아베노믹스는 ‘무제한적 금융 완화’, ‘확장적 재정정책’, 그리고 ‘거시노동 시장의 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로 요약된다.
첫 번째 화살인 ‘무제한적 금융 완화’는 엔화 가치를 하락시켜 수출 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 설비투자를 촉진할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목표 아래, 일본은행은 단기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용인하고, 중앙은행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주식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상장지수펀드(ETF)는 물론 부동산 리츠인 J-리츠까지 매입하였다. 2016년부터는 단기 국채 금리뿐 아니라 장기 국채 금리까지 통제하는 수익률곡선통제(Yield Curve Control)를 도입하였다.
두 번째 화살인 ‘확장적 재정정책’은 적극적으로 사회간접자본 및 재해방지시설을 강화하고, 각종 사회복지 지출도 확대하되, 법인세는 인하함으로써 정부가 직접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일본 정부 부채 비율은 아베노믹스 이전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어섰지만, 엔화가 ‘지구 최후의 안전자산’이라 불릴 정도로 국가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일본은행이 (이를 시장을 통해) 매입하는 방식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단행하였다.
세 번째 화살인 ‘거시노동 시장의 개혁’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 확대, 이민을 통한 노동력 유입 확대, 그리고 실질 임금 인상으로 가계의 구매력을 확충하고자 한다. 특히 이민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일본인 노동자와 노동시장에서 경합하지 않는 ‘고도 인재’, 저숙련 노동자 및 유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대체 노동력이 아닌 보완재적 관계의 노동력을 확충하여 일반적 일본인 노동자의 실질 임금 상승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 것이다. 결국 첫 번째, 두 번째 화살로서 기업들의 수익성을 향상해 자국 내 투자를 유도하고, 세 번째 화살로 그 증대된 수익의 일부를 가계로 이전시킴으로써 구매력을 확충하고, 소비세를 증세하여 정부 재정도 건전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뜻 보면 아베노믹스가 이전과 달리 상당히 세밀하게 디자인된 듯 보였지만, 실제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안정적인 2%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했지만, 2014년에 반짝 1.4% 물가상승률을 달성한 이후 1%를 넘지 못하였고, 1인당 GDP 성장률도 2013~2019년 평균 1%에 불과했다. 아베 전 총리가 재임 기간에 직접 재계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였지만, 실제 실질 임금 상승률은 2.5%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예상치 못한 외부적인 요인으로 물가상승률이 갑자기 3.7~4%를 기록하는 한편, 일본 정부 발행 국채의 절반 이상을 일본 은행이 보유하게 되었다. 세 번째 화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본의 일반 가계는 더욱 가난해지고, 정부는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되었으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신뢰도가 크게 실추된 것이다.
기시다 내각은 2023년 춘투(춘계 노사협상 시기)에서 실질 임금이 충분히 인상되어 가계의 구매력이 확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대대로 된다면 자연스레 아베노믹스로부터의 출구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할 경우 일본 경제는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계의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경우, 4월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이 고전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기시다 내각은 지방선거 이전에 실질 임금 상승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