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배터리 종주국 지위 회복을 위해 관련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한국도 'K-배터리 발전전략'을 수정·보완하는 등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일본의 배터리 산업 부활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때 배터리 종주국이었던 일본은 2030년 세계 배터리시장 점유율 20% 회복을 목표로 현재 민관 합동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일본은 1990년대 소니를 필두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튬이온배터리를 상용화했고, 2015년까지 세계 배터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일본이 자국 시장에 안주하는 사이 중국과 한국이 추격에 성공하면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빠르게 떨어졌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일본의 점유율은 2015년 51.7%에서 2020년 21.1%로 하락했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점유율도 같은 기간 27.4%에서 5.4%로 크게 하락했다.
세계 각국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내자 일본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1년 11월 '축전지(배터리)산업전략검토관민협의회'를 구성해 7개월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듬해 2030년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하는 '2022 축전지산업전략'을 확정·발표했다.
일본은 이에 따라 자국 내 배터리·재료 제조기반을 연간 150GWh(기가와트시)까지 확대하고, 세계시장에서 600GWh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총 5조6000억 엔(54조5000억 원)의 민관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제조 능력은 현재 일본의 배터리 생산능력(60∼70GWh)의 10배 수준에 달한다.
이외에도 일본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는 전고체 배터리를 2030년 이전 상용화하기 위해 총 2132억 엔(2조1000억 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해질이 고체라 에너지 밀도가 높고, 인화 위험이 적어 장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본은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특허의 37%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앞서있다. 특히 도요타자동차는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공개하며 2030년까지 이 분야에 16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한국도 이러한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경련 측의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2021년 발표한 'K-배터리 발전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40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연구개발(R&D)과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쟁국 일본이 한국보다 투자 규모가 큰 J-배터리 부활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국내 기업에 불리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하는 등 해당 전략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 대상국에 포함된 호주 등과 손잡고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한 대중(對中)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등 관련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