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당국 관계자와 가진 점심 자리에서 푸념 섞인 얘기가 오갔다. 대화의 주제는 공매도였다. 공매도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시장관(觀)’에 좌우된다는 얘기였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투자자 10명 중 5명이 ‘주가 우하향’을 생각하는 반면, 국내는 투자자 10명 중 2명만 ‘주가 우하향’을 믿는다는 것이다. 동학개미 1300만 시대, ‘주가는 떨어질리 없다’고 믿는 투자자에게 공매도 제도는 여전히 물음표 가득한 제도다. 문제는 ‘투자자=유권자’라는 정치 셈법이 여의도 시장에 물들면서, 물음표에 물음표가 더해지고 있다.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투자자 관련 단체들을 거리로 내모는 공매도에 국한된 게 아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불공정거래 시 처벌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논의도 못 하고 다시 보류됐다.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과징금’ 조항을 신설하는 법안인데 위반행위로 발생한 손실액 2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020년 11월에 상정된 이후 해가 세 번 바뀔 동안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파견 다녀온 후 오랜만에 복귀했는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여전히 통과를 못 하고 있는걸 보고 웃음만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갈수록 ‘꾼’들은 판을 치는데 그들을 단속할 수 있는 수단은 제자리걸음이란 게 개탄스럽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 보류하는 것인지, 여야 정치공방의 결과일 뿐인지 해석조차 안 되는 실정이다.
자본시장을 감시해야 하는 여의도 금감원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금감원 공시·조사담당 부원장보는 현재 공석이다. 공시·조사담당 부원장보는 기업공시국·공시심사실·조사기획국·자본시장조사국·특별조사국을 관리하는 자리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조치·사후 업무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임원직의 공석을 ‘인사 절차상 어쩔 수 없는 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용산(대통령실)에서 여의도 금융당국까지 신경쓰겠냐”는 자조 섞인 얘기는 흔한 말이 됐다.
‘주식은 심리다.’ 시장의 기본 개념으로 여긴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투자자들은 심란하다. 여의도 시장 바닥에서 어떻게 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지 눈치만 보고 있다. 제도의 수혜자가 아닌 소외자가 되는 건 아닌지, 불공정거래의 피해자가 되는 건 아닌지 경계심이 가득하다.
정치 셈법을 걷어내고 여의도 시장 바닥을 봐야 한다. ‘표심’이 아닌 ‘투심’의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딴 데에서 논할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