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 셈법만 가득한 여의도 시장 바닥

입력 2023-01-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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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에 정치 논리가 개입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결국 유권자가 되는 겁니다.”

최근 금융당국 관계자와 가진 점심 자리에서 푸념 섞인 얘기가 오갔다. 대화의 주제는 공매도였다. 공매도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시장관(觀)’에 좌우된다는 얘기였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투자자 10명 중 5명이 ‘주가 우하향’을 생각하는 반면, 국내는 투자자 10명 중 2명만 ‘주가 우하향’을 믿는다는 것이다. 동학개미 1300만 시대, ‘주가는 떨어질리 없다’고 믿는 투자자에게 공매도 제도는 여전히 물음표 가득한 제도다. 문제는 ‘투자자=유권자’라는 정치 셈법이 여의도 시장에 물들면서, 물음표에 물음표가 더해지고 있다.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투자자 관련 단체들을 거리로 내모는 공매도에 국한된 게 아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불공정거래 시 처벌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논의도 못 하고 다시 보류됐다.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과징금’ 조항을 신설하는 법안인데 위반행위로 발생한 손실액 2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020년 11월에 상정된 이후 해가 세 번 바뀔 동안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파견 다녀온 후 오랜만에 복귀했는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여전히 통과를 못 하고 있는걸 보고 웃음만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갈수록 ‘꾼’들은 판을 치는데 그들을 단속할 수 있는 수단은 제자리걸음이란 게 개탄스럽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 보류하는 것인지, 여야 정치공방의 결과일 뿐인지 해석조차 안 되는 실정이다.

자본시장을 감시해야 하는 여의도 금감원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금감원 공시·조사담당 부원장보는 현재 공석이다. 공시·조사담당 부원장보는 기업공시국·공시심사실·조사기획국·자본시장조사국·특별조사국을 관리하는 자리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조치·사후 업무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임원직의 공석을 ‘인사 절차상 어쩔 수 없는 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용산(대통령실)에서 여의도 금융당국까지 신경쓰겠냐”는 자조 섞인 얘기는 흔한 말이 됐다.

‘주식은 심리다.’ 시장의 기본 개념으로 여긴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투자자들은 심란하다. 여의도 시장 바닥에서 어떻게 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지 눈치만 보고 있다. 제도의 수혜자가 아닌 소외자가 되는 건 아닌지, 불공정거래의 피해자가 되는 건 아닌지 경계심이 가득하다.

정치 셈법을 걷어내고 여의도 시장 바닥을 봐야 한다. ‘표심’이 아닌 ‘투심’의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딴 데에서 논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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